등록 : 2007.01.31 17:06
수정 : 2007.01.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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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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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월이 지나면서 정국은 점차 대선바람으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여당은 다시 갈라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아직 뚜렷한 대선주자를 정하지 못한 채 무슨 돌풍으로 여론을 역전시킬까 고심하고 있다. 또 야당은 이미 정해진 예비주자들의 경쟁과 지지율 상승으로 고무된 분위기에서 무슨 바람으로 최후 승리에 쐐기를 박을까 고민하는 것 같다.
어떤 선거에서든 바람의 작용을 전연 배제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정당의 이념적 기반과 전통이 미미한 한국 정치에서 바람의 가치는 여전하다. 그렇지만 올 대선에서는 국정 경험이 전혀 없는 ‘깨끗한’ 신인을 내세우는 인물바람이나 국토 파괴와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대형 공약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올 대선은 일해본 경험이 있는 후보들의 비전과 안목 있는 정책 대결로 치러졌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바람작전으로 급조되기보다 정당과 정부에서 일하며 단련된 예비 지도자들이 서로 경쟁하며 최고 지도자로 성장해 가는 것이 정치 발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여야를 통틀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보이는 몇 안 되는 예비주자들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사람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와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는 ‘대운하 공약’으로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이미 한물간 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대운하 정치’는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민적 차원에서 운하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제기되거나 그것을 요구하는 시위 한 번 없었다. 운하 자체가 전후 복구개발시대의 프로젝트일 뿐 아니라 한국의 사회, 경제적 상황으로는 전혀 불요불급하다. 기후, 지리적 조건상 우리나라에 맞지도 않는다. 또 이미 지난 대선에서 지방자치 실시, 새만금 간척, 행정수도 건설 같은 대형 공약들이 국민적 요구가 없던 상태에서 득표용으로 뿌려져 엄청난 국력 소모와 자연 파괴를 초래했는데 또다시 이런 한탕식 공약정치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특히 이번 경우는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야당의 정치 목표로 대규모 국토 파괴와 환경 왜곡이 뻔한 운하 건설의 부적절성에 대한 토론이 생략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정권은 찰나에 지나가지만, 국토자연은 한번 파괴되면 끝이다. 또 국토자연은 영원히 존재하며 국민들의 정서와 품격 있는 삶을 지켜주어야 한다. 행복에 대한 새롭고 미래 지향적인 시각에서 운하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깊어져야 한다.
셋째,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 기대에 대해 ‘경제 개발’보다는 이제는 마땅히 친환경적 ‘국토 관리 정책’으로 삶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강변 풍경 다 망치고 물고기와 새들의 놀이터인 자갈모래밭을 거덜내며 시멘트 운하를 세우는 것이 ‘친환경적’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마치 성한 다리 잘라내고 의족으로 사는 것이 편하다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은 자연 파괴를 방치하는 개발시대가 아니고 위협받는 녹색자원과 생태하천을 보살펴야 하는 ‘후개발시대’다. 시대가 변했어도 누구나 한가한 강촌에 가서 편안하게 쉬고 싶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동해와 백두산의 이름과 존재가 위태로워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데, 한강과 낙동강마저 강이 아니라 인공운하로 변한다면, 우리 조국강산은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할 곳이 없는, 정신사납고 천박한 땅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제는 정파와 관계없이 누구나 우리 금수강산을 더 이상 부수지 말고 그 속의 자연과 정신과 문화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 육성에 비상한 노력을 기울일 때다. 이명박 전 시장의 지혜로운 결단을 촉구한다.
정윤재/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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