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5 17:44
수정 : 2007.02.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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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섭/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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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얼마 전 서울시청 앞 광장을 지나면서 어린이들이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보고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린 적이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언제부터인가 썰매를 지칠 꽁꽁 언 논들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앞으로 100여년 뒤면 서울에는 얼음이 얼지 않고 가로수도 야자수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지난 1월28일 폐막된 다보스포럼 결과 기후변화로 앞으로 10년간 최대 250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고, 세계경제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5%를 잃을 것이라고 진단했으며, 2월2일 발행된 유엔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4차 보고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550ppm(산업혁명 이전의 갑절 수준)에 이르면 지구온도가 최대 4.5℃ 상승하여, 자연재앙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994년에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된 데 이어, 2005년 2월에는 교토의정서가 발효됐다. 이에 따라 38개 선진국들은 오는 08년부터 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 대비 평균 5.2%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며,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년까지 90년 대비 20%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20% 끌어올리는 새로운 에너지 전략을 발표했으며, 교토의정서 이행을 거부해 온 미국도 환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급선회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새해연설에서 향후 10년 내에 석유 소비량을 20%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교토의정서 비부속서I 국가로서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을 지지않는 혜택을 누려왔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나몰라라 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0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위국으로서, 2012년 교토체제 이후에는 감축의무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94%가 에너지 소비와 산업공정에서 발생되는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받게 되면 산업계의 경제적 부담은 매우 클 것이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서둘러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앞당기고, 신·재생 에너지의 기술개발과 보급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대비해야 한다. 이제 기후변화는 우리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은 우리에게 부담이지만, 그로부터 파생되는 거대한 시장은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미 유럽연합 지역에서는 배출권 거래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수많은 기업들이 탄소펀드를 결성하는 등 기후변화를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기업은 환경비용 증가와 소비자 저항에 부닥치는 반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의 기술적 우위를 가진 기업에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제너럴일렉트릭, 도요타, 듀퐁 등 다국적 기업들은 ‘친환경 경영’ 및 ‘지속가능 경영’을 내세우며 온실가스 감축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위기와 기회를 정확히 인식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와 에너지 신기술 개발에 힘쏟고, 친환경 경영시스템 구축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또한 탄소시장 동향을 잘 파악하여 기회를 잘 활용하도록 준비하고, 지혜를 모아 기후변화라는 도전을 우리의 새로운 미래산업 및 성장동력 확보의 기회로 활용할 때다.
이기섭/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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