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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19 16:36 수정 : 2007.02.19 16:36

이기영/호서대 식품생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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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탓에 변종이 된 초대형 괴물 물고기가 한강 둔치에서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해 아수라장을 만든다. 정부는 괴물을 목격한 사람들을 있지도 않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속이고 병원에 가둔다. 관객동원 1300만명으로 최다 신기록을 세운 영화 <괴물>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은 2000년 2월 주한미군의 포르말린 무단방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괴물은 아직도 살아있다. 오로지 돈과 권력만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가 바로 그 괴물이다. 괴물은 경제가 무조건 최고라며 수도권 2300만 주민들의 상수원인 팔당수계 지역에 공업용수와 유해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을 짓자고 삭발하고 떼쓰는 사람들을 종으로 부리고 있다. 10여년 전 낙동강 상류에 있는 두산전자의 페놀 유출 사고로 수많은 물고기가 떼죽음당하고 발암물질이 퍼져 우리를 놀라게 했던 사건이 아직도 생생하다. 1999년엔 춘천댐 상류 오월교에서 경유 2만ℓ를 실은 유류 운반차가 추락해 경유 약 3천ℓ가 유출된 사건도 있었다. 2005년 11월엔 중국 지린시 화학공장의 니트로벤젠 정류탑 폭발로 8명이 죽고 60여명이 다쳤으며, 벤젠 약 100여톤이 쑹화강에 유입돼 중국 및 옛소련 지역 주민 150만명에 영향을 끼치는 식수대란이 일어났다.

구리가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공장의 특성상 100여 가지 이상의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데다, 수송·저장·공정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떻게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터졌다 하면 팔당댐으로 흘러들어 많은 수도권 사람들이 고통당한다는 사실을 어째 외면하는가? 더구나 하이닉스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기사회생한 기업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생태계가 해를 입으면 인류도 멸망한다는 한치 앞의 사실도 못 보고 오로지 돈과 권력욕에만 눈이 팔렸다. 더구나 인류 전체를 치열한 경쟁에 가두어 서민들을 빈민으로 만들어 건강과 행복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지구 생태계 전체를 무너뜨려 인류문명을 멸망으로 몰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 겨울, 행주 나루터의 한강은 겨우내 30㎝도 넘는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때만 해도 물이 깨끗해 지금은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는 빙어가 잡혔다. 추운 줄도 모르고 연 날리고 팽이치고 썰매 타다 보면 한 겨울이 갔다. 그러나 이젠 강물도 오염돼 빙어는 물론 행주의 명물 횟감인 웅어조차 사라졌다. 이젠 겨울에도 꽁꽁 얼어붙은 한강을 보기가 쉽지 않다. 지구온난화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열섬 현상으로 서울 근교의 연간 평균기온이 무려 3℃ 이상이나 높아졌기 때문이다.

2월2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130여 나라 과학자 2500여명이 유엔 기후변화위원회(IPCC)를 마치고,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오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최대 6.4℃까지 올라가고 해수면도 지금보다 무려 59㎝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극빙하가 녹아내리고 수많은 해안도시들이 물에 잠길 뿐만 아니라 태풍이나 홍수·폭염·가뭄 등 이상기후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 부족이 세계로 확산되고 사막화가 빨라져 지구 생태계가 절멸 위기에 처할 것이란 경고다.

괴물은 살아있다. 맹신자들을 하수인으로 부리는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은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로 수십년 안에 지구를 결딴낼 기세다. 영화에서처럼 돈과 권력을 신봉하는 이들이 진을 치고 있는 이상, 정부나 기업을 믿을 수는 없다. 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기영/호서대 식품생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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