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배/미국 달라스시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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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근 한국의 뉴스 보도를 보면 ‘제이유 사건’을 수사하던 현직 검사가 피의자에게 재판에서 위증을 하면 구형량을 경감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수사 과정의 대화가 녹취돼 있고, 검찰 간부진도 그런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였다는 것이다. 검사가 어떤 사건의 기소 유지를 위해서, 혹은 자기의 업적과 영달을 도모하고자, 혹은 검찰이 미리 짜놓은 수사계획에 맞추려고, 그 밖의 특수사정에 따라서 사건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피의자가 스스로의 유죄를 인정하기를 원하고 그 대가로 피의자에게는 검찰의 구형량을 경감해 주겠다고 달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놀라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 사건이다. 검사가 피의자를 심문할 때 피의자는 자기에게 불리한 대답이나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의 형사소송법에도 명시돼 있는데 그것이 빈 문서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변호인이 동석하였을 때에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터이니 그것은 분명 변호인 부재 중의 밀실수사일 것 같은데, 아직도 이런 수사방식이 용납되고 있는지 경악할 일이다. 그것은 분명히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허위증언을 교사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기초적인 법률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심각한 사법 방해죄에 해당하는 행위다. 사법 방해죄는 법원과 법관의 적법한 권리행사와 그 역할 수행을 방해하는 일체의 언어와 행위를 포함한다. 그것은 사법부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하여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서 기본이 되는 사법부 보호장치로서, 사법 방해는 형법상 중범으로 처벌하게 되어 있다. 만약 사법 방해 행위를 묵인하거나 그 처벌을 포기한다면 재판의 합법성·공정성·강제성을 보장할 수 없다. 미국의 형사법전은 매우 포괄적으로 “누구든지 적절한 사법진행을 방해하거나 훼손시키거나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뇌물을 이용하거나 힘을 사용하거나 힘으로 위협하거나 협박적인 서면상 혹은 구두상의 방법을 이용하여 적절한 사법진행을 방해하거나 훼손시키거나 영향을 주거나 혹은 그렇게 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행위”를 사법 방해죄로 규정하고 있다. 사법부의 역할은 진실을 찾아내서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다. 따라서 재판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는 협박이나 영향을 받을 염려 없이 정직한 자세로 임할 수 있어야 함이 필수조건이다. 사법 방해에는 판사나 배심원이나 증인들을 협박·위협·보복·회유하거나, 이로써 재판과정을 방해하거나, 증언내용을 왜곡시키거나, 증거물 파괴를 교사하는 일들은 물론, 더 광범위하게 수사 과정의 정직성까지 포함되어 있다. 사법부가 “공정하고 억울하지 않은 재판”을 통하여 진리를 발견하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사법 방해 행위를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위증교사죄는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의 경우 극히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검사가 수사 중에 유죄를 인정하라는 내용의 위증 교사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고문수사와 다를 것이 없다. 검사 혹은 변호사의 위증 교사죄는 파면이나 자격 박탈로 끝나지 않고 형법상 중범의 처벌대상이 된다. 닉슨 대통령의 탄핵소추에는 그가 증거물인 테이프를 훼손한 사법 방해죄가 들어 있었고,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이유 중에는 그가 증인들에게 위증할 것을 교사한 사법 방해죄가 있었으며, 최근 형사재판을 받은 체니 부통령의 전직 비서실장 루이스 리비는 그가 연방수사국(FBI)과 대배심 앞에서 위증했다고 하는 사법 방해죄로 기소되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채동배/미국 달라스시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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