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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6 18:45 수정 : 2007.03.06 18:45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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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회장할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 거부들이 모두 모인 단체에서 회장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부회장이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회의 참석을 거부하는 재벌 총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한국 재계의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들로부터도 저런 모습밖에 볼 수 없는 것일까 하고 답답한 심정을 금치 못한다.

전경련은 국민이 아니라 자기들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재벌의 기득권을 수호하고 옹호하고자 만든 이익단체다. 말하자면 가장 큰 부자들이 모여서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 서로 협력하자고 만든,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센 이익집단이다. 그동안 재벌이익의 수호기관으로서 주어진 소임도 충직하게 수행해 왔다.

1997년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재벌체제는 그 유효성이 끝났다고 평가받았다. 그래서 수많은 재벌 개혁 정책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그 정책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전경련의 위세 앞에 모두 무력화되었기 때문이다. 재벌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리고 재벌은 그대로 재벌이다.

전경련은 직접 또는 간접으로 많은 학자들을 동원하여 자기옹호 논리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홍보한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재벌논리에 현혹되어 왔다. 출자총액 제한(출총제)이 총수의 지배력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고 해서 투자에 방해가 된다는 엉뚱한 구실을 내세워 그 폐지를 줄기차게 홍보해 오더니 마침내 출총제를 완전히 무력화했다.

전경련은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를 본보기로 삼았다. 하지만 경단련은 전문경영인 조직이기 때문에 그 활동이 개인의 이익보다 기업과 국가경제를 위하는 활동으로 귀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경련은 오너들의 조직이기에 그 활동은 기업 이익보다 개인 이익으로 귀착된다.

자고로 이익단체는 약자들이 만드는 것이다. 약자는 손해 볼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여럿이 뭉쳐서 자기 이익을 수호하려고 노력한다. 그 필요성도 인정되고 그렇게 하도록 권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강자들이, 그것도 초강자들이 모여서 이익단체를 만드는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재벌은 하나 하나로도 무소불위의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데 왜 단체까지 만들어 그 힘을 더욱 부풀려야 하는 것일까.

세상 모든 것이 변하는데 재벌은 그대로다. 정치는 민주화하고 경제는 투명화돼 가는데 재벌의 행태는 구태의연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전경련의 어른들이 젊은 대통령에게 집단으로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도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는다. 내부에서는 그렇게도 크게 군림하는 어른들이 왜 어떤 때는 그렇게 왜소해지는지.

재벌들도 이제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길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자면 전경련의 허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전경련은 재벌이 국민한테 사랑받는 길로 가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거기다 회장을 뽑을 수도 없을 정도로 쨍그랑거리는 조직이 되어 버렸다. 고도성장기에는 정부와 재계를 조율하는 단체로 그 기능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더 나아가 정권과 재계 사이의 어두운 통로 역할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그런 기능은 끝났고 더 필요하지도 않다.

재벌은 새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 전경련을 스스로 해체하면 국민들은 갈채를 보낼 것이다. 어차피 없어질 것이라면 아름답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회장도 뽑을 수 없는 차제에 전경련은 자진해 해체하는 편이 어떨지.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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