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오/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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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학입시 관련 ‘3불 정책’이 최근에 또다시 언론을 타고 있다. 2006년 7월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고등교육 평가보고서가 ‘3불 정책’(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금지)을 폐지하라고 권고하였다는 일부 신문 보도를 계기로, 몇몇 신문이 이 보고서에 의지해 ‘3불 정책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읽어본 한, 이 보고서가 한국의 3불 정책 폐지 의견을 냈다는 건은 명백한 오독이거나 와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로부터 위촉된 4인의 전문가 이름으로 작성되었으며, 한국의 고등교육 문제를 매우 정확히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이 보고서는, 3불 정책 폐지를 권고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반대로 국내 일부 대학의 요구와 언론 논조에 밀려 ‘3불 정책’을 폐지하면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필자는 과거 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국에서 3년 동안 일하며 직접 회원국 정책평가 등 기구 업무에 종사한 바 있어 그 정책 방향과 업무 관행, 문서들의 문체와 용어에 익숙하다. 이 ‘3불 정책’에 관해 보고서에 담긴 판단을 괄호 안에 필자의 주석을 담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문단 130:(입시 규제에 관한 여러 비판과 재비판 내용을 요약 기술한 뒤) … 그러나 우리(평가자)는 고등교육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새로운 장치가 마련되기 전에 너무 서둘러 ‘3불 정책 등 기타 규제들’을 없애는 것에 반대(caution against)한다. △문단 132:한국 고등교육에 여러 정부 규제가 있으나 한국의 한 편의 여론에 의한 비판은 이른바 ‘3불 정책’에 집중되고 있다.(국내 현황에 대한 사실 판단이며, 한국의 여론 초점이 3불 정책에 모인 것에 대해 의아함을 표시하고 있음) △문단 168:한국 고등교육 정책에서 ‘형평’의 이슈는 교육의 질, 성장, 연구개발과 같은 이슈에 견줘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형평 문제에 대한 관심이 축소되어 왔다는 주장이 있으며, 다만 ‘3불 정책’이 가장 중요한 형평 차원의 정책 요소로 남아 있다.(이 부분도 사실 판단이며, 3불 정책이 한국 고등교육 정책에서 갖는 의의를 다른 편의 한국인들이 보는 관점에 따라 지적하고 있음) △문단 186:한국 교육정책 당국은 대학입시에서 바른 방향으로 자율화·다양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평가자들은 한국이 이러한 정책 방향으로 좀더 변화를 가속시킬 것을 권하며, 특히 입시 다양성과 혁신을 통해 고교생이 받는 입시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어야 한다.(이 부분은 가치 판단이며, 한국의 현 정책 기조를 긍정하면서 동시에 평가자가 제안하는 목표를 중심으로 가속화하기를 권고함) 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 견해가 정확하다고 본다. 곧, 대학입시는 대학 자치와 자율의 원칙에 따라 철저히 자율화·다양화돼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과 오이시디 양쪽 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수순과 방법이다. 보고서는 자율화·다양화를 위한 제도적 틀(보고서는 ‘발전적 규제’ ‘유연한 규제’로 표현)이 먼저 마련되어야 하며, 그 전에 3불 정책을 폐지하는 것은 수순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 이 보고서는 시장 기능에 의존해 성장한 지난 20년의 고등교육 팽창기로부터 질 중심의 고등교육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 이제는 한국의 고등교육 정책 당국이 시장 기능에의 의존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보고서 문단 243)정기오/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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