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3.11 16:40 수정 : 2007.03.11 16:42

서정아/한국청소년개발원 부연구위원

기고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그 당시에는 학교를 떠난 청소년을 대부분 ‘학교 부적응’이나 ‘문제 청소년’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내려고만 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병리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2005년 한 해 동안 정규 학교를 중단한 청소년의 수는 초·중·고등학교를 통틀어 5만5525명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는 학교 중단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회현상임을 보여준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청소년개발원은 2006년 7월부터 8월까지 두 달 동안 전국의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이었다. 부모는 물론 친척·선생님·친구, 심지어 사회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차가운 눈길과 편견을 경험한다. 이러한 편견은 이들이 겪는 다양한 심리적, 정서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며, 선생님·친구·가족·친척과의 관계단절로 심화되기도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다양한 사회적 지지로부터의 소외다. 정규학교 제도 안에서 받던 다양한 지원은 학교를 그만둠과 동시에 단절된다. 학습지도는 물론 생활과 관련된 지도·상담·훈육·급식·진로탐색에 이르기까지 학교 밖 청소년은 대부분의 것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지지의 부족은 학교 밖 청소년의 적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이들이 자신의 목표를 잃고 방황하게 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생 아닌 청소년’으로서, 학생들이 받는 다양한 혜택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발급되는 ‘청소년증’이 오히려 낙인으로 인식되어 활용도가 높지 않으며, 활용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범위가 한정되어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청소년들을 위해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가? 우선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다양한 사회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학교 중단은 비행이나 부적응의 맥락에서보다 자신의 욕구에 따라 자아를 찾으려는 하나의 진로행동 혹은 다양한 발달과정의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 학교 중단으로 말미암아 생긴 관계 단절 문제를 지원하자면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일대일 멘토링 서비스를 확대하고, 비정규학교에서의 교사와 상담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가족·친족 관계증진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야 하며, 지역사회 사회복지관, 건강가정지원센터, 청소년 상담센터를 통한 학교 밖 청소년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 관련 정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학교 중단 때 학교 차원의 체계적 정보자료 제공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 밖 청소년 현상은 더는 숨길 일도 아니고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볼 것도 아니다. 학교교육이 빠르게 변화하는 다양한 욕구의 청소년들을 충족시킬 수 없다면, 이것을 인정하고 이에 맞추어 빠르게 새로운 제도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없는 학교에서 이미 충분히 고통받았을 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대신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사회의 지혜로운 대응일 것이다.

서정아/한국청소년개발원 부연구위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