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3.12 17:20 수정 : 2007.03.12 17:20

정해랑/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기고

지난 연말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전신이 마비되어 병원 중환자실로 실려 가셨다. 필자는 식구들에게 각오를 단단히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던 아버지가 퇴원해 집에서 설을 쇠시게 되어 너무나 기뻤다. 이 일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보건의료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건의료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동안 민간과 정부가 보건의료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1995년 이후 11년간 보건복지부가 지원한 규모는 955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런 규모는 선진국에 비하면 한참 뒤지는 수준이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규모는 1092억원으로, 작년보다 오히려 178억원이 줄었다. 모든 부처가 건강·보건 분야 연구에 지원한 금액을 다 합해도 6천여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은 보건 분야에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자금을 최우선 배정한다. 올 한해 미 국립보건원의 연구개발 사업 예산만 우리돈으로 26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투자의 절대규모뿐 아니라 국민 1인당 규모도 크게 미흡하다. 2005년 기준으로 건강증진 및 보건 분야 연구개발에 투자한 국민 1인당 금액은 미국이 13만원(1인당 소득의 0.31%), 캐나다와 프랑스가 5만원(0.14%)인데 한국은 전 부처의 지원액을 합해도 1만원(0.06%)에 불과하다.

보건의료 연구에 대한 투자는 하루빨리 확대해야 한다. 다양한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현재 국민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6.2% 수준으로 연간 40조원에 이르며, 지금의 증가율대로라면 얼마 안 가 100조원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지난 30년간 국민 1인당 연간 3500원을 심혈관질환 연구에 투자하였는데, 그 결과 같은 기간 동안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63%나 줄었다.

둘째, 미래의 국가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바이오기술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경쟁이 세계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신약을 포함한 보건의료 관련 산업은 바이오 기술 산업의 핵심이다. 세계 제약산업 시장 600조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지난 10여년의 연구비 투자를 통해 이제 막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신약후보 물질들이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 제품으로 탄생하기까지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셋째,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복지 부문보다 산업 부문의 정부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금까지 국가 예산을 사회간접자본에 치중하여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면, 이제는 보육, 교육, 복지 등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해에 학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1만여명이 보건복지부가 지원한 보건의료 연구사업에 참여했다. 지금도 이보다 훨씬 많은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 생계를 위해 전공을 포기하고 구직을 위해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미국의 보건의료 산업이 창출한 일자리는 무려 170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향후 25년간 보건의료 분야가 전체 신생 일자리의 30∼4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요즘 홈쇼핑 채널마다 건강보험 상품이 큰 인기를 끈다. 건강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의료비 부담 때문일 것이다. 물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개인의 준비는 철저할수록 좋다. 그러나 나와 내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적 투자 역시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정해랑/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