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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2 18:40 수정 : 2007.03.22 18:40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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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회담의 ‘2·13 합의’에 따라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 차원에서의 평화·안보와 관련된 제반 문제들을 논의하겠다는 합의에 따른 것이다. 평화를 ‘전쟁이 없는 상태’라는 소극적 인식에서 벗어나 분쟁과 갈등 요인들이 근원적으로 제거된 구조로 인식할 때, 또 안보라는 개념이 군사, 경제, 환경, 인간안보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볼 때,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에 관한 논의는 그야말로 새로운 틀과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야심찬 목적을 향한 첫 발자국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국면에서 냉전의 준엄했던 시기에 동서 양쪽에 속했던 35개 국가들이 유럽에서의 지역평화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하여 1975년 ‘헬싱키 최종의정서’로 출범하여 오늘날까지 가장 성공적인 국제 체제(레짐)로 평가받고 있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1995 이후 유럽안보협력기구: OSCE)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유럽대륙에는 기독교와 같은 동일한 문화적 기반이 있었고, 영토문제에서도 ‘현상유지’가 자의든 타의든 받아들여졌으며, 국가들이 육지로 연결되었다는 사실 등 동북아와 차이는 있다. 그럼에도 참여국들이 정치·군사적 신뢰를 구축하여 전쟁을 예방하고, 경제·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상호협력을 심화시켰으며, 인권 개선에서도 큰 성과를 거둔 역사적 사실을 음미한다면, 유럽안보협력기구는 매우 유용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6자 회담에서 진행될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논의의 방향을 제시해본다.

첫째, 모든 참가국들의 이해가 포함될 수 있도록 의제를 포괄적으로 설정한다. 다자주의의 경험이 일천하고 쌍무적 관계가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협상과 대화를 통한 상호신뢰가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은 동북아에서 어느 특정 국가에 민감한 의제 또는 양자 차원에서 분쟁 및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의제를 주의제로 채택하는 것은 다자협력의 성공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것이다. 유럽안보협력기구와 같이 군비통제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군사·경제·과학기술·인권 등에 관한 포괄적인 지역협력 문제를 다룸으로써 총체적 지역협의체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어떠한 의제에 관해서도 어느 한 국가라도 반대할 경우 그 의견을 존중하여 결정사항을 채택하지 않는 ‘전원일치제’를 운영한다. 영토문제, 환경문제 등 모든 사안에 대하여 토론을 진행하되 6자가 모두 합의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결의사항을 발표하고 참여국들의 준수를 요구하는 것이다. 합의사항을 어길 경우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이 결여된 상황에서 한 국가라도 반대하는 성명이나 결의가 채택될 경우 그것의 생명력은 처음부터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셋째, 한국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에 촉매국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부담이 되어 이런 역할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단은 잘못된 것이다. 탈냉전 다변화한 국제환경에서 미국과 동맹관계를 무시해서는 곤란하겠지만 여기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현명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 미국과의 안보동맹 속에서도 옛 소련 및 동구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한 서독의 신동방정책이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오히려 미·일·중·러 등 동북아 강대세력들 간의 상호 의혹과 의구심, 견제 가운데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동북아의 공동선인 평화와 번영의 창출에 이니셔티브를 취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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