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 연세대 행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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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의 공직사회에 ‘스트레스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Stress)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서울·울산·대구를 시발로 각 지방정부에서 3% 공무원 퇴출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아마도 무능한 공무원을 퇴출시키겠다는 정책에 반대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민간기업에서는 이미 무능력자가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되었고,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비해 정부의 경쟁력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2006년 세계경제포럼 분석 결과,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4위인 데 반해 공공부문의 경쟁력은 47위로 평가된 바 있다. 서구식 개념의 경쟁력이나 서비스도 갖추지 못하고, 우리 고유의 전통적 위민(爲民)의 미덕도 상실한 공무원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인사위 강화 객관 높이길 그런데 3%의 획일적 퇴출은 ‘방향은 옳은데 성과는 창출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 성과평가와 근무성적평가를 체계적으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퇴출안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는 인기투표 식으로 퇴출 대상자를 선정한 부서장 두 명이 징계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퇴출은 일시적 이벤트 성격을 가질 뿐, 성과향상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메시지로 강력히 전달되지 못하고, 또 지속 가능한 제도로서 생존하기도 어렵다. 퇴출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네 가지 개선과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첫째, 자치단체의 인사위원회 기능을 우선 강화하고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공식 인사기구로서 인사위원회를 강화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해야만 인사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내·외부 사람들이 이에 승복하게 된다. 능력개발 요구 구체적으로 둘째, 근무성적 평정과 성과평가의 객관성을 개선해야 한다. 공무원에 대한 평가는 공무원의 자격, 능력, 성과, 태도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데 우리의 경우 객관성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퇴출은 해당자의 태도와 인간관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셋째, 현재의 퇴출제도는 지방공무원법 제65조와 제62조를 원용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무능한 공무원은 직위해제 할 수 있고, 직위해제 후에도 근무성적 향상을 기하기 어려우면 직권면직 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보다는 공무원의 직업안정성을 일정 부분 깰 수 있는 직접적 법개정을 통해 제도적 장치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넷째, 퇴출의 칼을 갑자기 휘두르기보다는 일을 잘하고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력하고도 구체적으로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제도와 여건이 미비된 상태에서의 퇴출은 너무나 무자비한 큰 칼이 될 수 있다. 너무 큰 칼을 주면 조직의 관리자는 그 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법이다. 이종수 교수(연세대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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