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5 17:56
수정 : 2007.03.25 17:56
|
황호섭/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
기고
지난해 9월 국방부가 제출한 ‘군사기지 및 시설 보호법’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보호구역 중 군사분계선 인접지역의 민통선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5㎞ 이내에서 10㎞ 이내로 축소되고, 여의도 면적의 75배에 이르는 6800만평이 통제보호구역에서 제한보호구역으로 변경됨에 따라 주택 신축 등이 가능해져 생태계의 급속한 훼손이 우려된다. 2003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의하면 비무장지대(DMZ) 일원의 전체 관리범위 7719㎢에서 절대보전 또는 보전 가치가 있는 1, 2등급 지역이 무려 78.9%나 된다.
불과 2년 전 환경부는 ‘비무장지대 일원 생태계 보전대책’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비무장지대 일원이 ‘한반도 3대 핵심 생태축’의 하나로서 “지난 50여 년간 인위적 간섭이 배제된 채 자연천이 과정을 거쳐 생태계가 복구·복원된 지역으로, 세계적으로 유사 사례가 거의 없는 생태복원 모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민통지역과 접경지역의 개발사업은 계획 수립 단계부터 전략 환경평가를 실시하여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도래지, 생태·경관 우수지역, 우수 습지 등은 현행 법령상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체계적으로 보호할 것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국방부가 ‘군사기지 및 시설 보호법’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면 민통선 이북지역 전체 면적의 약 6분의 1이 줄어,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비무장지대 생태계 보전정책에 상당한 차질과 혼란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언론 보도처럼 올 하반기부터 해당 지역 주민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질 경우 비무장지대 생태계 보전은 큰 난관에 맞닥뜨릴 것이다.
이처럼 국방부와 환경부가 각각 규제 완화와 생태계 보전 정책을 제각기 추진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민통지역과 그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기 십상이다. 상반된 두 정책은 지역민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보전과 개발의 갈등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의 여러 개발현장에서 보아왔듯이, 규제가 완화되고 땅값이 오르고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다고 해서 지역 원주민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몇몇 개발업자와 외지에 살고 있는 토지소유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뿐, 오랫동안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토착민에게는 삶의 근간마저 흔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무엇보다도 비무장지대 일원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 주민의 경제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먼저 민통선 해제 예상지역의 생태계 보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은 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지난 50여 년간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세부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비무장지대 지역의 생태관광자원을 십분 활용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단, 생태관광 활성화 정책 추진에 반드시 지역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국립공원에서 활용하고 있는 ‘레인저(ranger) 제도’와 같이 일정 수준의 교육을 통해 지역 주민이 훼손 감시, 생태관광 안내, 생태계 현황 모니터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면 일거다득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안에서 오락가락하는 비무장지대 정책은 2005년 구성된 국무조정실 산하 ‘비무장지대 일원 생태계보전대책 협의회’를 통해 일관성 있고 지속가능하게 마련돼야 한다. 단 협의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지역과 민간의 참여가 선행되어야 한다. 생태계 보전 대책 없는 성급한 민통지역의 축소·해제로 정책의 혼란을 낳고 국가의 귀중한 자원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황호섭/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