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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8 17:49 수정 : 2007.03.28 17:49

우희종/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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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서울대의 늑대 복제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은 후 언론매체 대부분이 이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보도의 이면에는 대학의 성과주의와 국내 과학언론의 무지가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문적으로 공유할 만한 내용이지만 일반인이 언론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결과는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실을 만한 내용인데도 ‘황우석 사태’ 때문에 거절당해 피해 본 것이라는 식으로 호도되고 있다. 하지만 개 복제가 이미 성공해서 학계에 보고되었기에 같은 개과인 늑대로는 그런 학술지에 실리지 못한다. 또한 멸종 위기 야생 양 세포에서 핵을 뽑아 일반 양의 난자에 이식해 성공한 사례도 이미 2001년 <네이처>에 보고되었다. 특히 이 경우는 이미 사망한 동물의 세포에서 핵을 뽑아 성공한 결과였다.

이러한 연구들로 멸종동물 복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멸종동물 복제에는 현존하는 동물의 난자를 사용하므로 난자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유래한 유전자의 영향은 어쩔 수가 없다. 따라서 완전한 복원이 못 되고 새로운 인위적인 잡종 동물을 만들어 내는 유사 복제일 뿐이다. 이번 연구처럼 이미 암수가 다 있는 늑대를 굳이 개의 난자를 빌려 복제했다는 것은 과학적 실험 연구에 불과하다. 이러한 연구가 멸종동물의 복원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지금 남아 있는 늑대들끼리 자연스럽게 교배를 할 수 있게 연구하거나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현실적 접근 방법일 것이다.

불완전한 복제라는 것 외에도 생물 종의 유지에 가장 중요한 것이 유전적 다양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렇게 복원된 동물은 생태계 복귀가 거의 불가능하다. 한 마리에서 추출한 유전자로부터 복제한 동물은 유전적 다양성이 전혀 없어서 공조시설을 잘 갖춘 동물원 전시용 동물이나 학계의 고생물 연구용 정도가 될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멸종 위기의 치타가 복원 사업으로 수천 쌍까지 늘었으나 초기 수십 쌍으로 시작되었던 탓에 유전적 다양성이 결핍돼 더는 개체 수가 늘지 않고 있다는 사례는 대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일부 언론은 이번 연구가 질병모델 동물 개발에 응용될 것이라고 포장한다. 질병모델 동물로 이용할 참이라면 일전에 복제한 개를 활용하면 될 것이지 굳이 늑대 복제 동물을 만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복제된 개로 그런 연구를 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혹시 이 연구가 복제 실험의 성공률을 높이고자 수행했다면 이것은 대대적으로 보도될 내용이 아니라 학계에서 시도하는 복제 기술 향상을 위한 중간 실험에 불과할 뿐이다.

과학 기술을 부풀릴 것도 없고, 폄하할 필요도 없다. 개발된 기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 애초 복제연구가 축산에서 소 품종 개발을 위해 시도되었던 것처럼, 지금의 연구결과는 애완견 등 기존 동물의 품종 개발이나 기타 동물 복제 사업에 활용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대서특필을 유도하고 서울대의 위상을 높이려는 대학 당국의 성과주의적 발상과, 다양한 각도에서 사안 검토도 하지 않은 채 환상을 심어주는 기사를 쓰는 일부 과학담당 기자들의 과학 선정주의는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국내 언론의 이런 행태는 마치 예술을 널리 보급한다는 미명 아래 포르노 산업만을 조장하는 격이 아닐까. 아름다운 인간의 몸이 어떤 식으로 어떻게 취급되느냐에 따라 예술이 되기도 하고 포르노가 되기도 한다. ‘황우석 사태’를 겪고도 우리 대학과 사회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우희종/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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