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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03 17:25 수정 : 2007.04.03 17:25

홍승권/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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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내팽개쳤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선결조건이었다는 것은 다 안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실제로 이렇게도 위험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보건의료인’으로서 통탄할 일이다. 위험할 수도 있고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음식물로 결정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번 협상으로, 5월에 쇠고기 수입 결정을 내리는 것은 기정사실화했다. 이미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처럼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나라’에서 생산된 뼈 및 내장까지 통상 대상으로 인정하였기 때문에, 올해 5월 광우병 등급 판정이 나온다 하더라도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따라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할 것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는 국제기준 자체가 국제 정치, 곧 각국 정부와 기업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제수역사무국의 결정은 ‘과학적’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다.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나라’에서 생산된 뼈 및 내장까지 통상 대상으로 인정한 것이 ‘정치적’ 결정이 아니고 무엇인가? 심지어 광우병의 원산지인 유럽 모든 나라들도 미국이나 캐나다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 이번 협상 결과는 ‘미국 기업의 이윤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파괴하는 협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난 3월28일에도 ‘한-미 에프티에이 민간 대책위원회’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은 ‘괴담’”이라며 온 신문에 광고로 도배를 했다. 우리 국민은 ‘광우병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하여 우롱당하고 있다. 반생명 세력의 잘못된 판단과 홍보로 국민들의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권과 관계된 어이없는 협상결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 쪽의 핵심 요구 사항들을 대부분 수용하게 되었다. 제약사의 신약 독점판매 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꾀하고자 도입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선별 등재방식(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한-미 협정으로 건강보험의 안정적 운영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미국은 약값 대비 효능이 인정된 약만 건강보험에 등재하는 보건복지부의 포지티브 리스트 시행을 빌미로 전체 협상을 중단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그 때문에 한때 의약품 분야 협상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쪽이 갑자기 포지티브 리스트제를 수용하면서 의약품 협상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그 배경을 두고 미국 요구사항을 대거 수용하기로 약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협상 결과의 뚜껑이 열리면서 의혹은 현실이 됐다.

외국의 예를 들면 1970년에 제정된 인도 특허법은 2005년부터 의약품 특허권을 인정하도록 자국의 특허법을 개정했다. 그 이유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였기 때문이었다. 영국의 국가 의료제도(NHS)에서 최근 유방암에 쓰이는 혁신적인 신약을 급여로 인정해 주었다. 영국의 국민이 똑같은 신약을 급여로 인정해 주지 않는 미국 국민보다 행복한 이유는 바로 이런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 한 사람의 생명권이라도 인정해 주는 정책을 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지가 맞는’ 협상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에 앞서 정부의 정책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 목표에 둬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내친’ 협상을 했다. 참여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더는 지킬 수 없는 정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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