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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6 18:23 수정 : 2007.04.16 18:23

김시홍 한국외국어대 이탈리아어과 교수

기고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가 17일 한국을 방문한다. 프로디 총리는 볼로냐대학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이미 한 차례 이탈리아 총리를 거쳐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유럽 정치계의 거목이다. 지난 2월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외무장관의 방한과 노무현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에 이은 이번 프로디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한-이탈리아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러시아’(G8)의 일원이자 역사와 문화의 대국이다. 이탈리아 문화는 피자와 파스타, 와인과 에스프레소 커피 그리고 명품 브랜드를 통해 한국에서도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이탈리아는 ‘미들파워’ 국가이며 유럽연합(EU)의 주요 회원국이고 유엔에서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으므로, 한반도 문제에서도 중요한 몫을 담당할 수 있다. 북한과 수교한 최초의 서유럽 국가가 이탈리아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탈리아는 한반도 평화번영 정책을 선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유엔에서는 안보리 개편에서 민주적 대표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보조를 맞춰 왔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교역규모는 70억달러를 넘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독일, 영국에 이은 한국의 3대 교역국이다. 한국은 자동차와 무선전화를 주로 수출하고 이탈리아로부터 의류와 의약품, 공작기계 등을 수입한다. 그러나 상호투자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준인데, 이는 이탈리아 경제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이탈리아는 성악과 디자인 그리고 건축 분야를 공부하는 많은 한국 유학생들을 꾸준히 유치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최근 한국어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활발한 인적·문화적 교류 속에서 이탈리아의 오페라와 한국의 영화는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중요한 문화 영역이다.

한국 사회의 질적 도약을 위해 이탈리아는 유·무형의 교훈을 줄 수 있다. 전후 이탈리아는 패전의 멍에를 지니고 유럽통합을 통한 공동 번영사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독일과 프랑스 중심의 유럽연합에서 이탈리아는 강대국이 아닌 중급 규모의 국가가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잘 이해했으며, 지중해권역의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 중동과의 외교를 성숙하게 수행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열강에 둘러싸인 한국의 처지에서 이탈리아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경제 측면에서는 이탈리아 중소기업 클러스터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므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산업지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이탈리아의 사회구조가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선호한다는 차원에서 지방 차원의 협력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삶의 질, 웰빙, 긴 여름휴가 그리고 느림의 문화를 사랑하는 이탈리아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은 소득 3만달러로 질적 도약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들이다. 한국은 올해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탈리아가 유럽연합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이탈리아와 긴밀한 관계는 우리의 대유럽 정책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리라 기대된다.

이탈리아 총리의 방한에 발맞추어 다양한 문화행사가 준비되고, 섬유, 패션, 산업디자인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양국이 상호 관심사를 공유하고 미래지향적인 파트너 관계를 설정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김시홍 한국외국어대 이탈리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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