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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3 18:23 수정 : 2007.04.23 18:23

소순창/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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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31 지방선거는 예정대로 중앙정치에 의한 과열선거로 끝났다. 약속이나 한 듯 언론은 ‘여당의 참패와 제1야당의 승리’로 지면을 할애했고, 나아가 향후 있을 중앙정치의 정계개편을 예측하는 특집과 토론회를 다투어 내보냈다.

몇몇 시민단체를 빼면 당시의 지방선거를 대선이나 총선과 다른 측면에서 논의하거나 5·31 지방선거 결과가 ‘지방자치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논의한 사례는 전무했다. 지방선거 결과를 향후 정계 개편과 올해 말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위한 전초전으로까지 연계시켰다. 그러나 염두에 둘 점은 이런 식의 지방선거가 오히려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를 뿌리째 흔드는 결과가 될 수 있고,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의 예속화로 진전될 수 있음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선거답게 치러져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는 중앙의 이슈에 의한, 중앙정치에 의한, 중앙정치인들을 위한 선거로 치러졌다. 그 사실 여부를 떠나서 무능정권 대 부패정당 구도가 지방선거의 이슈로 처음부터 등장하였고, 또 중앙정치인들이 지방선거에 대거 등장하여 선거판을 좌우하게 되었다. 선거 홍보물을 보면, 지역을 위한 공약이나 지방 살리기를 위한 생활자치의 정책공약보다는 중앙정치인들과 찍은 사진들이 대거 등장하다시피 했다.

중앙정치에 의한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 제도의 정착을 어렵게 한다. 지방선거는 유능하고 믿을만한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의 축제여야 한다. 그런데 지방의 축제인 지방선거에 중앙정당의 중진들이 나타나서 지방의 실정도 모르는 말들을 토해내서야 되겠는가. “그게 선거정치의 생리 아니냐”라는 관행을 빌미로 지방선거를 코앞에 다가온 대선의 희생양으로 삼을 수는 없다. 결국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된 후보를 선출하지 못했기에 다시 국고를 낭비하면서 재·보궐선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왜 그렇게 여야가 일거에 합의하여 기초자치단체장은 물론이고 기초의회의원까지 모두 정당공천을 해 지방자치를 중앙정치, 중앙정당의 대리전으로 만들까. 이상과열의 원인을 찾자면 50여년 전 지자체의 탄생 배경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전쟁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지방자치를 실시했다. 지방자치가 지역의 발전을 위한 국민적 요구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정권연장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시작된 것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지방자치를 이런 식으로 오용하려는 세력들이 있다는 사실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4월25일 재·보궐선거에서 국민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단지 3개 지역구이고, 6명의 기초단체장, 46명의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라는 것을 말이다. 3명의 국회의원 선거에 의해서 52명이나 되는 지역의 일꾼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퇴색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 제도의 본래 취지가 ‘지역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방자치 제도가 중앙정당의 정권 유지나 정권 창출을 위한 도구 내지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휘둘려 결정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이번 4·25 재·보선에서 다시 한번 냉정하게 이성을 찾아 우리 지역을 위해서 일할 유능한 일꾼들을 뽑아야 한다. ‘지방선거에 지방자치가 없다’는 것은 지방자치 제도의 본질에서 벗어나 결국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순창/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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