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탈리아 러 페테르부르크 제151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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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포라는 말이 욕입니까?” 나는 이 질문을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꼭 듣는다. 초급 한국어 교재 새 단어 가운데 ‘교포’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하는 질문이다. 학생 중에 한국 회사나 한국 교회를 나가는 한 두 명이 질문자다. 처음에 난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고 물었다. 대답은 같았다. “선생님, 한국 사람들이 저희를 욕할 때 이 말을 쓰던데요” 실제 여기에서 교포는 한인들이 러시아 고려인을 가리키는 말로 한국말도 못하고 한국식 예절도 못 지키는 아주 형편 없는 존재라는 뜻을 담은 말이 되어 버렸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그럴까? 아닐 것이다. 한국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말 한 두 마디도 잘 못하면서도 영어는 자유롭게 쓰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그들이 한국말을 떠듬거리는 것과 러시아 교포들이 한국말을 못하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것은 한국인들이 어느 나라를 더 위대하게 여기냐에 따라 얕잡아 보거나 부러워하기 때문이다. 백년이 넘게 러시아 땅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고려인들의 마음에 조상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나는 놀랍다. 고려인들에게 15~20년 전 러시아에 오기 시작한 한국 선교사나 사업가는 멀고 먼 고향의 대표자들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교회를 나갔다. 한국 선교사가 아버지처럼 반가웠다. 한국말을 조금씩 하는 고려인들은 백년 넘는 동안 말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사투리를 쓰고 인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고려인들이 한국인들한테는 무지하게 보였다. 그런 첫인상이 낳은 벽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금 러시아의 한인 사회에서 고려인은 무지하고, 말도 제대로 모르고, 예절을 못 지키는 데다가, 돈에만 관심이 있는 존재일 뿐이다. 반대로 고려인 사회에서 한국사람이란 교만하고 남을 얕잡아 보며 모든 일을 돈으로만 해결하고자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서로에 대한 생각이 이렇다 보면 교포라는 말이 욕이 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말과 한국말에 똑같은 속담이 하나 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오해와 갈등은 풀리게 될 것이지만 그때가 너무 먼 것 같다. 아직은 한국 식당 주인 아줌마가 아르바이트생 고려인을 때릴 수도 있고 러시아에 나와 있는 한국 공무원은 고려인에게 무례한 짓을 할 수도 있다. 러시아 대학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하면서 한국 유학생들은 러시아어 한마디 못 해도 돈만 있으면 입학해 공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결국은 서로 이미지만 나빠진다. 한국에서는 “러시아 대학? 아, 엉망이지!” 하고, 러시아 교수들은 “한국 학생? 아, 정말 공부 못 하더라!” 한다.더 나아가, 한국에서 불법으로 일하는 고려인들의 증가는 두 나라의 사회적인 문제이지 고려인과 한인 관계를 가까워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점은 사람의 마음과 이해성으로만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다. 두 나라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한국 법무부가 출입국과 취업에서 미국과 일본 등의 동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던 중국과 독립국가연합지역(CIS) 동포의 왕래를 자유롭게 해주고 취업 기회도 늘려주는 방문취업제 시행에 따른 지침을 발표했다. 그렇다고 모든 갈등과 문제점들이 즉시 해결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발씩 앞으로 향해 나가고 있다는 희망을 품어 볼 만은 하다. 우리는 같은 지구에 살고 있다. 그리고 같은 핏줄을 갖고 있다. 그런데 ‘교포’라는 말이 언제까지 부정적인 느낌의 낱말로 쓰여져야 할까? 이 나탈리아 러 페테르부르크 제151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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