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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8 17:25 수정 : 2007.05.08 18:58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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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했다. 미국 대학내 총기 사건으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걱정하고 불안해했다. 집에 돌아오면 말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아이가 왕따를 당하거나 외톨이는 아닌지, 간혹 보이는 거친 행동이 혹시 아이가 즐기는 지나치게 폭력적인 게임 때문은 아닌지.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스럽고 걱정스러웠다. 도대체 어떻게 키우는 게 바람직할까? 어떤 아이가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일까? 앞으로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겪게 될 좌절과 실패를 잘 이겨내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복과 성공에 중요한 것이 낙관성이라 주장한다. 이것은 앞으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반적 기대를 말한다. 얼마 전까지 심리학에서는, 세상과 미래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현실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정신적 성숙과 심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보다 오히려 자신과 외부세계에 대해 낙관적으로 편향된 긍정적 착각을 가진 사람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낙관적인 사람이 비관적인 사람보다 더 건강하며, 덜 우울하고 스트레스도 적게 받고 무엇보다 더 행복하다. 실패에 직면했을 때조차 다음에는 좀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탄력성을 가진다. 이러한 낙관성은 어린 시기에 두드러져, 어른에 비해서 아이들은 강한 낙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낙관성은 한 아이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돌 전후의 아기가 걸음마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한가. 걸음마를 떼려고 무릎이 깨질 정도로 넘어져도 몇 번이고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수많은 실패 앞에서도 아기는 실망하지 않고 낙관적으로 세상을 본다. 비록 이번 걸음마에서는 실패할지라도 곧 한 발짝 앞으로 내딛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 믿음은 이러한 고통스런 과정에서 아이들을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성장하면서 낙관성은 점차 감소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낙관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동일한 상황에서 문제 중심적이고 능동적인 대처 전략을 더 많이 사용하고 한결 수월하게 적응하며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감과 행복감은 더 많은 성취에 이르게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낙관적인 아이들은 자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자기 존중감과 스스로의 능력을 확신하는 자기 효능감, 실패 상황에서도 유연한 자아 탄력성이 모두 높은 반면,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수준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의 낙관성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될 수 있다. 뭘 해도 서툰 아이, 미덥지 못한 아이 앞에서는 답답한 마음에 자칫 조급한 부모가 되기 쉽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부모 스스로 걸음마 아기들의 낙관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 자로 잰 듯 지나치게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이 아니라, 다소 편향되었더라도 아이에 대한 긍정적 착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잘 할 것이고 잘 될 것이라고 부모가 아이에 대해 긍정적 믿음을 가지면, 그 낙관적 기분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아이의 낙관성을 키우고, 결국 부모가 아이에게 기대하는 바로 그 긍정적 이미지대로 아이가 변화하게 된다. 피그말리온의 긍정적 착각이 사랑하는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기어이 살아 움직이게 했던 것처럼, 당신이 기대하는 그대로 행복하고 낙관적인 아이가 성취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자신과 아이에 대한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기대를 시작하는 5월은 아주 희망적일 것이다.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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