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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3 18:14 수정 : 2007.05.13 18:14

박남기/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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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잔인한 오월’의 스승의 날이 코앞에 다가왔다. 중국 베이징대학에 갔다가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께 감사를 표하는 의식을 보고 언제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냐고 물었더니 당신의 나라 한국에서 배워온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미국 유학 시절,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우연히 스승의 날 행사를 보게 된 지도교수가 미국에 돌아와 한국 교육력의 원천이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에 있음을 느끼고 왔다고 강의 중에 이야기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에서는 스승의 날을 옮기자거나 아니면 폐지하자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무렵이면 신문의 한 귀퉁이에는 조그맣게 훌륭한 스승이 소개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쪽에는 촌지 문제가 더 크게 실린다. 지난해에는 어느 교육청에서 스승의 날 즈음에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각서를 모든 교사에게 강요하여 교사들이 치욕감을 느끼며 좌절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갈수록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떨어지고,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은 커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중학교 3학년 학력 국제 비교평가(PISA)에서 우리나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핀란드를 분석한 자료에 보면, 좋은 결과의 핵심에 학부모와 학생의 교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 교사의 학생에 대한 열성이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에게 핀란드 학생의 성적이 좋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답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믿음 아래서 교사는 학생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다.

교육의 특성상 교사가 교실 문을 닫고 수업을 시작하면 모든 것은 교사에게 달려 있게 된다. 통제만 가하면 교사는 주어진 최소한의 의무만 할 뿐 열의를 쏟지 않게 된다. 며칠 전 교사인 제자로부터 짤막한 편지가 왔다. 교육은 교사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가르침대로 “학부모와 함께 하는 학급경영을 꿈꿔보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편지였다.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상호 불신이 팽배하고, 교사들이 위축되어 소극적인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 탓에 젊은 교사인 자기도 열정을 쏟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과 좌절이 배어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살맛 나는 곳이 되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서로 상처를 입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가 상호 신뢰를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하여 학부모와 학생은 교사를 믿고 존경하고, 교사는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러한 학교가 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는 교사가 모두를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가 학생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도록 가외 업무를 줄여주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교사가 현재의 학부모를 이해하고 학부모와 함께 교육을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동시에 학부모가 학교의 상황을 이해하고 교사와 함께 교육동반자가 될 수 있게 이끄는 것이다. 또한 진정한 시대의 스승을 찾아 지속적으로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문제가 되는 교사나 학부모가 있을 경우에는 이들이 끼치는 악영향을 고려하여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교사는 교육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학부모와 학생은 교사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먹고 자라는 나무임을 기억하기를 기대한다.

박남기/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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