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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5 17:49 수정 : 2007.05.15 17:49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교통정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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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7년 일본에 수신사로 파견된 김기수는 처음으로 철도를 목격한다. 그는 ‘불을 내뿜는 수레’라는 뜻에서 열차를 화륜거(火輪)라 이름 붙였고, 열차가 달리는 모습을 ‘우레와 번개처럼 달리고 바람과 비같이 날뛴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철도는 일제 치하와 남북의 국토 분단을 겪으며 아픔과 고통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일제는 한반도 철도망을 건설이 쉽고 자원 수탈과 대륙 침략이 용이한 ×자 형태로 건설했다. ×자 철도망은 동서간 연결이 어렵고, 중간지역이 단절되면 기형적인 구조가 되어버리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게다가 국토 분단으로 철도가 갈라지면서 원료 산지와 가공지, 소비지와 생산지, 산업시설과 거점 항만과의 연계가 단절되는 엄청난 사태가 초래됐다. 남쪽은 대륙 진출로와 원료 공급지를, 북쪽은 거점 항만과 거대한 소비지 및 생산기지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남북의 철도 연결은 끝없는 목마름의 해결이며, 한반도 철도를 부활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남북간 및 제3국으로 이동 가능한 환경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남북의 공동번영과 평화정착의 길을 여는 것이기도 하다.

남북 철도 연결 및 운행은 남북 교역의 경제성 있는 수송로로서, 천연자원과 자본, 기술, 값싼 노동력이 결합되는 남북 경협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북 교역의 운송비를 4분의 1 수준으로, 운송 일수를 절반 이하로 줄여 운송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개성공단 사업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남북의 물리적·기술적·제도적 장벽의 단계적 철폐를 촉진할 수 있다.

아울러 한반도가 동북아시아 물류거점의 위상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미 세계적인 공항과 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물류 중심 국가를 지향하는 데서 가장 큰 약점은 대륙 연결 육상운송망이 없다는 점이었다. 남북 철도망의 연결은 한반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 몽골횡단철도(TMGR)의 기·종점 및 주요 통과거점으로 재평가되는 데 지렛대 구실을 할 것이다.

그러나 열차 시험운행 이후 남과 북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너무도 많다.

첫째, 북쪽은 이제 남북 철도망 연결사업을 대남 협상전략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2000년 철도 연결 합의 이후 20~30여㎞의 철길을 잇고 시험운행을 하는 데 7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처럼 지루한 과정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 철도망 연결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 사업이기도 하다.

둘째, 남북 열차운행을 위한 법적·제도적·기술적 문제와 군사 현안들을 동시에 논의할 수 있는 남북 공동 협의기구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군사적 보장 합의가 열차운행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정상적인 남북 철도운행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셋째, 남과 북이 동북아 물류거점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려면 하나된 모습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우리 주변의 중국·러시아·일본은 물류 중심국으로서의 기득권을 선점하려고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과 북이 철도망이나 도로망 연결을 둘러싸고 지루한 논의를 하는 사이 주변국의 교통망은 몰라볼 만큼 변모하고 있다.

이제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화륜거가 남과 북의 굳게 닫힌 통문을 열고 우레와 번개처럼 달려야 한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교통정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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