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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8 18:20 수정 : 2007.05.28 18:20

이기영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호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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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 먹거리 특강을 하러 갔다. 한 아이가 햄버거 같이 비만이나 당뇨를 일으키는 몸에 나쁜 패스트푸드가 어느 나라에서 들어왔냐고 물었다. 물론 미국이라고 대답했더니 그 아이는 미국은 세계 제일의 부자 나라인데도 다른 나라를 계속 침략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무서운 무기를 팔아먹고도 모자라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아이들 건강을 해치는 패스트푸드까지 온세계에 팔아먹는다니 정말 나쁜 나라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와는 친하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얼버무렸으나 우리나라도 미국을 닮아 나쁜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1901년 조선을 방문한 최초의 독일 기자 지그프리트 겐테는 중국을 거쳐 제물포로 들어와 반년 동안 서울에 머물렀다. 그는 금강산을 횡단 여행한 후 제주도 한라산 정상을 오르며 산의 높이를 최초로 측정해 지도에 기록했다. 그의 여행기는 당시 쾰른신문에 연재되었고 책으로도 출판되었다.(〈독일인 겐테가 본 신선한 나라 조선, 1901〉) 그는 조선인들이 매우 예의 바르고 선량하며 집집마다 책이 있고 손님을 후대하는 민족이었다고 기술한다. 게다가 자유분방하고 쾌활한 성격이며 때로는 술기운에 흥이 겨워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즐기는 호탕한 문화민족이었다고 한다. 조선의 남자들은 교양이 있고 매우 깨끗해 심지어는 여행 중에도 이동식 변기를 필수로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특히 그는 금강산에서 만난 승려들이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시간과 돈에 얽매이며 사는 서양인들과는 달리 자연과 어우러진 단순하고 고요한 삶을 보내고 있음을 보고 이에 심취하였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를 보는 외국인들의 눈은 이와는 정반대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며 거칠고 무례해진 이기적 모습의 한국인만이 보일 뿐이다. 길가다 발을 밟아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휙 지나가 버리기 일쑤고, 심지어는 차를 아무 곳에나 세우고 뻔뻔스레 실례하는 사람들까지 종종 보인다. 자본주의의 극단인 미국발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를 승자독식의 세계로 변모시키면서 행복했던 우리사회가 약육강식의 사회로 바뀌면서 변한 모습이다. 광복 이후 친미 보수파들의 개발독재로 일관되어 온 우리나라는 수천 년을 지켜오던 전통적 가치들을 죄다 한강에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렸다. 한강의 기적은 한강을 거품이 이는 검은 폐수로 만들며 생태계 파괴를 가져와 웅어 등 한강의 명물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교육도 돈을 많이 벌 직업을 잡으려는 수단으로 전락해 행복한 사회공동체를 만들 기본 도덕이나 윤리는 아예 실종돼 버렸다. 이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중 자살률이나 이혼율이 최고 수준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행복지수나 환경지속성 지수도 100위권을 넘어가는 세계 최하위 수준의 불행한 나라다.

보수 정치인들이 원조 보수로 단골로 내세우는 김구 선생께서는 사실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해방 후 귀국해 암살당하기 직전까지 ‘내가 바라는 우리나라’라는 제목의 전국 순회연설에서 먹고사는 것은 이만하면 족하니 문화대국을 만들자고 말했다. 당시 국민소득이 지금의 일백 분의 일에 불과한데도 경제보다는 도덕과 윤리가 강조된 문화국가를 만들자고 외치신 것이다. 이젠 대선주자들도 대운하 건설 등 국토의 대동맥을 도막내는 마구잡이 개발 위주의 돈벌기 공약을 자제하고 ‘책 읽는 건강사회 만들기’ 등 진정 두루 행복한 수준높은 사회를 약속하는 소중한 문화공약을 개발해 보자.

이기영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호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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