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30 17:50
수정 : 2007.05.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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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한/변호사·민변 사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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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찰청장을 지낸 최기문 한화그룹 고문이 수사지휘선상에 있던 경찰 고위 간부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했고 이로 말미암아 수사가 지체되고 축소·은폐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한 여러 명의 경찰 간부가 사직하거나 직위해제 및 징계를 받게 되었고, 금품수수 및 외압 의혹이 있어 검찰수사까지 의뢰한 상태이며 경찰 조직은 동요하고 있다.
한화그룹에서 발생하는 법률 분쟁의 예방, 법적 검토 및 대응은 판·검사 출신의 유능한 변호사들로 구성된 그룹 법무팀에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법무팀이 있는데도 경찰청장 출신을 고문으로 영입한 것은, 고급 정보수집이나 그룹에서 법적 문제가 발생할 때 정상적인 절차에 따르기보다는 로비나 청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탓으로 여겨진다. 결국 진실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최 고문은 전관예우를 활용하여 초기에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그러나 그 전관예우의 폐해나 파장은 너무나 크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 상지대학교 김문기 전 이사장 쪽에서 제기한 임시이사들의 정이사 선임 결의 무효 확인 청구에 대한 승소판결이 있었다. 대법원에서도 전원합의체로 판결하고 공개변론까지 하였으며, 8 대 5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다. 김 전 이사장 쪽은 상고심에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 2명 등 전관 출신 변호사 여러 명을 선임하여 변론했다. 그래도 불안하였던지 공개변론이 끝나고 선고만 남은 상태에서 갓 퇴직한 헌법재판소장을 소송 대리인으로 추가로 선임했다. 설사 추가로 변론할 필요성이 있었다 해도 기존의 변호사들이 변론하면 충분하였을 터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헌법재판소 소장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너무도 뻔하다. 변호사는 선임 대상과 시기에 제한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고 선고만 남은 상태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전 헌법재판소장이 스스로 선임을 거절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많은 변호사들은 상고심에서 전관예우가 가장 심하다고 여기고 있다.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의 상고심이나 헌법재판소 사건의 선임을 제한하는 것도 심도 있게 고려해 볼 때다.
우리나라 최대의 법률기업인 김앤장은 이헌재, 한덕수씨 등 부총리 출신을 고문으로 영입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전직 금융 감독원 및 공정거래위원회 최고위 간부, 국세청장 및 서울지방 국세청장 3명(지방 국세청장 이상만 6명) 등 정부 고위관료 출신을 수억원의 연봉을 지급하며 고문으로 채용하고 있다.(ㅎ 전 서울 국세청장의 2005년 연봉은 6억9000만원, ㅊ 전 법무부 장관의 2006년 7월 급여는 2억원) 단순히 업무 자문만을 위해 고액의 연봉을 주고 고위 공직을 지낸 사람들을 여러명 채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앤장에는 46명의 회계사, 13명의 세무사 등 세무, 회계, 공정거래 전문가가 많으므로 그들만으로도 업무 처리가 충분할 것이다. 정말 공직자들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해도, 고액의 연봉을 주는 여러 명의 최고위 공직자까지는 필요 없고 적정한 연봉을 주고 몇 명의 중견간부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을 채용한 목적이 사건 선임이나 법적 자문 유치, 로비, 정책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을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의 유관기업 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하여 전관예우의 폐해를 시정해야 할 것이다. 모든 사법 비리의 출발점인 전관예우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민경한/변호사·민변 사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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