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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1 18:35 수정 : 2007.05.31 18:35

강철구 이화여대 교수·민족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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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3천㎡ 이상의 대형 소매점을 일컫는 대형마트는 1996년에 유통시장을 개방하며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96년에는 28곳이었으나 2000년에 163곳, 06년에는 342곳으로 급증했고, 매출액도 2000년의 10조5천억원에서 06년에는 25조4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는 정부가 유통산업 발전법을 통해 설립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건물 지을 땅을 마련해 주려고 국공유지까지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할 수 있게 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외국계 대형마트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성장한 국내 재벌계 대형마트들이 이제 괴물로 변하고 있다.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포화상태에 이르자 소규모 슈퍼마켓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그래서 재래시장 상권이나 도심지 상권을 파고들며 지역 상인들과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광명시의 경우다. 신세계의 이마트가 지난 2월에 광명네거리의 재래시장 터 안에 있는 상가건물 지하에 380평 규모의 슈퍼슈퍼마켓(SSM) 1호점을 입점시켜 시장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기업으로서 지녀야 할 상생의 도나, 상도를 저버린 일이나, 이런 일은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전국적으로 벌어질 터이다.

대형마트들의 공세적 경영이 노골화하자 자극을 받은 약 40여 중소상인 단체가 최근에 ‘대형유통점, SSM 확산 저지 비상대책위’를 꾸려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재벌계 회사들과 재래시장, 슈퍼마켓 업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대형마트의 급성장 뒤에는 소상인들의 비극이 숨어 있다. 96년에 75만1620곳이었던 중소 유통업체는 2004년에 61만1741곳으로 약 14만곳이 사라졌다. 대형마트들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재래시장과 영세상권이 급속히 붕괴했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상인들도 매출 감소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실업자 증가와 경기침체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대형마트 확산에 따른 역작용이 두드러지자 국회에도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이 여럿 제출되었다. 대형마트의 설립 요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영업 행위를 일부 규제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약을 내세우며 규제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각 정당들도 경쟁적으로 개정안을 내놓고는 있으나 다분히 면피용이란 인상이 짙다. 일부 정당을 제외하고는 이 문제에 별로 성의를 보이는 것 같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며 한국 사회의 여러 축이 무너졌다. 중소상인들의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이런 불공정 경쟁 아래 방치될 경우 이들의 몰락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며,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왜 일부 기업가들의 배를 불려주느라 사회 전체가 불필요하게 엄청난 부담을 져야 하는가.


정부에서 말하는 세계무역기구 협약은 핑계에 불과하다. 세계무역기구 협약은 내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 한 규제를 막지 않으며, 실제로 프랑스·독일·일본 등 많은 나라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형마트의 설립이나 영업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정부가 태도를 바꿔야 하고, 정치권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빨리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한국은 자본력이 있는 일부 기업들의 나라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나라 아닌가.

강철구 이화여대 교수·민족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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