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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4 17:37 수정 : 2007.06.04 17:37

이상훈/수원대 교수·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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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말만 무성했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던 경부운하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한반도 대운하연구회에서는 5월21일 ‘4만불 시대 여는 성장 동력 한반도 대운하’ 학술 심포지엄에서 14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하여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여 2500톤급 바지선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24시간 안에 주파하면 도로와 철도에 의존하는 물류비를 줄일 수 있고 운하 주변의 지역경제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장밋빛 청사진이다. 수심 6m 길이가 500㎞인 경부운하의 총공사비는 15조원, 공사기간은 4년으로 발표되었다.

경부운하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려면 세 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첫째는 기술적 가능성이다. 경부간 500㎞를 24시간 안에 주파하려면 바지선은 평균시속 20㎞ 이상을 낼 수 있어야 한다. 2500톤 화물을 실은 바지선이 중간에 갑문 15곳을 모두 통과하면서 그런 속도를 낼 수 있을지를 기술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다음으로 경제성이 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경제성이란 결국 비용과 편익을 비교해서 판단하는 것인데, 사업을 추진하려는 쪽에서는 대개 편익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경제성 평가에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부분, 예를 들면 고용창출 효과, 생태계 가치 등이 포함되는데 이런 항목의 금전적 가치에 대해서 의견이 일치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 경부운하가 완공되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김소월의 시가 예찬하는 모래밭은 모두 사라질 텐데, 500㎞ 길이의 아름다운 강변의 가치를 얼마로 계산할 것인가? 또한 총비용 15조원의 60%, 곧 9조원은 골재를 팔아 충당하는 것으로 발표했는데, 재원 마련도 걱정거리다.

셋째,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경제성이 있더라도 환경에 주는 피해가 크다면 토목공사는 실현되지 못한다. 경부운하는 착공되기 전에 현행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해서 환경에 미치는 불가피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래에 나타나는데 학자들의 주장이 서로 달라서 일반 국민은 누구 말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경부운하가 화물 트럭의 유류 사용을 줄이고 대기오염 감소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절대적으로 맞다고 본다. 그러나 경부운하가 수질 개선에 기여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동영상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바지선의 스크루가 돌면서 물에 산소를 공급하므로 수질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주장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그러나 흐르는 하천을 둑으로 막아 물을 가두면 물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전체적으로는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은 수질 관리의 기초 지식이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경제성도 없고 환경에 주는 피해가 막심하다면 그 사업은 실현될 수 없는가? 그렇지 않다. 정치적 기준이라는 요술 잣대가 있다. 새만금 사업이 그랬듯이 정치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되면, 곧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경제성 분석도, 환경영향평가도 휴짓조각이 되고 만다. 경부운하는 정치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다. 경부운하가 지나가는 500㎞ 주변의 시군에서는 벌써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라고 한다.

바둑 두는 사람은 경험했을 것이다. 묘수라고 생각하여 착점했는데 다시 꼼꼼하게 따져 보니 자충수를 둔 것 같다. 그대로 밀고 나가면 바둑을 질 것 같은데 해법은? 약간 쑥스럽기는 해도 수를 물리는 것이다. “한번 실수는 병가상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상훈/수원대 교수·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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