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중소기업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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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근 경기상황을 두고 ‘경기바닥론’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간경제연구소에서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가 다소 살아나는 조짐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벌인 5월 경기전망조사 결과, 체감지수가 기준치 100을 밑돌고 4월보다 떨어지는 등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는 그다지 회복될 낌새를 보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하락,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인 변수들 때문에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낮았던 반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년 연속 13조원을 넘어 큰 대조를 보였다. 은행이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수익 증대를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은행이 가지는 특수한 공익성도 동시에 고려돼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된 자금난 등 중소기업의 어려움 속에서 은행이 최대 순이익을 거둘 수 있게 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은행이 주로 이자와 수수료 수익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중소기업 등 고객의 금융 비용 증대로써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대출이자와 각종 수수료 들로 은행이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거둔 수익 중에서 올해 외국인에게 배당할 돈이 3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런 사실보다 국내 은행의 더 심각한 문제는 대출금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국내 경기가 어려울 때는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 경기 불황을 더 부채질하게 된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이러한 수익구조 때문에 은행은 단기 경영성과를 기업에게 요구하고, 결국 기업 대출의 70% 이상이 1년 이내의 단기대출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국내에서 기업 경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게 한다. 외환위기 때 큰 손실을 본 탓도 있겠지만, 선진 은행에 비해 유가증권이나 외환·파생 상품 거래 수익 비중이 아주 낮고, 국외 영업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적은 것도 금융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을 볼 때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외환위기 뒤 매출 감소로 은행 거래에서 큰 고통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무조건 반길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잘 아는 중소기업 대표는 은행의 대출 제안을 거절했는데, 그 이유는 과거에 쉽게 저금리 대출을 받아 시설 투자를 했는데 경기 부진으로 매출이 줄자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는 바람에 금융 비용 급증으로 부도 위기에 부닥쳤던 쓰라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와 달리 독일에서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슈파르카세 은행은 대기업보다는 서민들 특히, 중소기업과 창업 기업이 주요 고객이며, 담보가 아닌 신용도와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신용대출을 해 주는 것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어서 우리나라 금융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중소기업에게 대출해 주는 것은 신용 리스크가 크다는 편견을 버리고, 적극적인 신성장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으로 실물경제가 살아날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들며 무조건 대출 회수에 나서거나 재무제표 위주로 경직되게 이뤄지는 신용평가 방법에서 탈피하고, 다양한 금융 상품과 수익원 개발로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에 서둘러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중소기업도 은행 탓만 하지 말고 세계적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여 자신의 상품가치를 꾸준히 높여 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기문/중소기업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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