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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1 17:26 수정 : 2007.06.21 17:26

김남근/민변 민생경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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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속주의 세율은 10%로 속주민들이 세금 때문에는 고통받지 않았지만, 40~60%의 고리대금으로 고통을 받아 카이사르가 고리대금을 근절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카이사르와 1차 삼두정치를 이끌었던 크라수스도 고리대금업으로 로마 제1의 거부가 되었다고 한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서도 빚을 못 갚는 채무자의 살점을 떼어내겠다는 악덕 채권추심행위(?)로 비난받는 유대인 상인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고리대금은 고대·중세·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민경제를 파탄시키는 주범의 하나여서, 어느 나라나 고리의 폭리를 예방하는 폭리제한법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주법으로 뉴욕주 연 16%, 캘리포니아 연 10%로 폭리를 제한하고 있고 대만은 2할, 일본은 1.5~2할로 폭리를 제한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폭리상한선을 정하고 있는데, 독일은 연방은행이 다달이 발표하는 평균이자율의 두 배, 프랑스는 중앙은행이 고시하는 분기별 평균이자율의 1.33배를 폭리상한선으로 정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나 이러한 일정한 기준이 있어 보편적으로 폭리상한선은 대개 2할 정도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일반금융기관이나 일반인은 이자제한법에서 연 3할, 대부업체는 여기다 특혜금리 2할을 더해 연 5할 정도를 폭리 상한선으로 정하겠다고 한다. 세계 보편 기준에 비추어 보면 대부업체의 경우 2.5배나 높은 상한선이다. 폭리 규제가 아니라 사실상 폭리보장법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얻을 때 통화기금의 강요(?)로 80년 이상 운영해오던 이자제한법을 폐지하기 전까지 폭리 상한선은 연 25%이었다. 외환위기 전부터 평균이자율,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들이 모두 낮은데, 왜 폭리 상한선은 세계 기준에 2.5배나 되어야 하는지 재정경제부나 법무부에서는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업체에 설문조사를 해보니 조달비용이 연 20~30%나 되기 때문에 연 50%는 되어야 영업이 가능하고 그 이하로 폭리 상한선을 정할 경우 대부업체가 음성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인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우리처럼 대부업체에 설문조사해서 폭리 상한선을 정하는 나라는 없다. 시장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정해지는 평균 이자율이 연 10% 정도인데, 평균 이자율보다 두세 배나 높은 비용으로 겨우 자금을 조달해야 할 정도의 대부업자라면 시장에서 퇴출돼야지, 부실 대부업체의 영업을 보장하느라 서민들의 피땀을 쥐어짜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대부업체를 양성화한다고 세계 기준보다 3배나 높은 66.7%의 폭리 상한선을 보장했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연 100%, 200%의 불법 폭리 영업은 여전하다. 금융감독원은 대부업체는 금융기관이 아니라며 아예 감독 책임이 없다고 하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금융기관을 감독해본 경험도 없는데 억지로 책임을 떠맡아 인력도 없고 전문성도 없어 꾸준하게 감독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전국적으로 20여명의 공무원이 등록업체 1만3천개를 포함한 4만여 개의 대부업체를 감독해야 한다니, 대부업체의 불법 영업을 감독할 행정의 공백이 심각한 상태이다. 연 10%의 특혜금리제도를 운영한 일본도 이제는 특혜금리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금감원과 지자체는 서로 감독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이제라도 힘을 합쳐, 불법 폭리로 서민들의 재산을 빼앗는 약탈적 대출이 판을 치는 대부업계를 대대적으로 정화할 때다.

김남근/민변 민생경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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