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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5 18:15 수정 : 2007.06.25 18:15

신승일/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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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는 세계 무대에서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 얼마 전 막을 내린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22편의 작품 중 한국 영화가 두 편이나 되었고, 전도연은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질 자코브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한국은 할리우드에 맞설 영화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인 <엔피아르>에서는 한국 영화의 독창성과 위상을 60년대 프렌치 웨이브에 비견하여 ‘코리안 웨이브’로 격찬했다.

역대 흥행 5위까지의 영화를 자국 영화로만 채운 나라는 미국과 한국 말고는 없다. 1300만 명을 동원한 <괴물>로부터 610만 명을 동원한 10위 <투사부일체>까지 모두 한국 영화 일색이다. 외화는 <반지의 제왕 3>이 1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세계 시장을 놓고 보았을 때 한국 영화는 아직 ‘우물 안 개구리’ 격이다. 한류 붐을 타고 한때 수출이 급증했으나, 지난해 영화 수출액은 전년 대비 68%나 줄었고 제작 편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대박 한 편에 쪽박 수십 편’이란 말처럼 수익이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따라갈 수 없는 왜곡된 구조, 저조한 극장 외 수입 비율, 전근대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 지나친 스타 의존성, 해외시장 다변화 노력 부재, 비상업영화 시장 부재 등 구조적 문제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한국 영화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위에 열거한 하드웨어적 구조 선진화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 즉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승부의 관건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것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공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이다.

세계적 흥행대작인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는 원작 소설의 방대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모태로 하고 있다. 무려 3만여 개에 이르는 영국의 ‘스토리텔링 클럽’이 이런 이야기들의 산실이다. 현대는 상품 하나, 캐릭터 하나에도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이야기산업은 21세기 신성장동력이다. 지난 10년간의 <해리 포터> 총매출액이 한국의 반도체 총수출액보다 크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 영화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반드시 이야기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한국 영화도 일본 소설이나 만화 속의 소재를 재창조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 고전 속에 산재한 토종 이야깃거리는 소홀히 하면서 외국 문화 원형에 빨대를 꽂고 의존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등에는 신화와 설화, 판타지와 괴담이 그득 들어 있다. 이러한 ‘토종 이야기’ 자원을 캐내어 영화,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 ‘이야기 산업’에 접목하는 이야기꾼들의 양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버드대학 옌칭 도서관에는 조선 후기의 문학, 설화, 민담, 야화가 기록된 방대한 고문서 자료가 있다. 10만 점에 이르는 한국학 자료 중에는 우리나라에도 없는 유일본과 희귀본이 많다. 이런 콘텐츠의 보고를 미국과 공동으로 발굴하고 그 결과물은 양국이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제안을 해 보자. 마침 할리우드는 고갈돼 가는 콘텐츠를 아시아적 소재에서 찾고 있다. 우리 고전에 담긴 풍자와 해학, 한과 흥,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 등을 치열한 작가정신과 창의성을 통해 이야기로 풀어낸다면 한국 영화는 세계적인 공감과 보편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는 한편으로는 기회다. 한국의 영화산업이 하드웨어적인 구조조정도 거쳐야 하겠지만, 차제에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스토리를 양산할 시스템을 구축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류영화 시대로 도약하기를 희망해 본다.


신승일/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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