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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7 17:50 수정 : 2007.06.27 17:50

이현숙/파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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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1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하 미군기지 특별법) 개정안을 가결하였다. 이 개정안은 미군한테서 반환받은 땅의 오염을 국방부 장관이 치유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토지 매수자로 바꾸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미 23곳의 미군기지를 반환받았다고는 하나 아직도 돌려받을 기지 43곳에 대한 환경 치유 관련 협상이 남아 있다. 이들 땅에 대해 아직 정밀한 오염조사조차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런 여건에서 국방부 장관이 일률적으로 치유해서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 매입자가 활용 목적에 맞게 복구’하도록 할 경우 ‘오염의 복구’는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

오염을 복구하는 비용이 토지 매입자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경우 사태는 더욱 명확하게 예상된다. 국가에서 책임을 진다면 그것이 국민의 부담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비용이 없어서 복구를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오염의 실태는 물론 복구의 범위, 방식, 사후 검증 등 모든 사항이 국회나 언론 등 사회적 감시기구들의 눈길 안에서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재정이 취약하거나 더 많은 투자 이익에만 관심을 갖는 지자체나 단체, 개인이 매입하게 된다면 막대한 복구 비용을 감당하지 않고 그냥 사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복구가 제대로 되었는지를 가릴 주체도, 절차도, 잣대도 없는 것이 이 법이 부여하고 있는 특권이다. 그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는 고스란히 익명의 주민에게 무차별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군기지 특별법은 29조에서 28개 항목에 걸쳐 환경성 평가 절차를 면제하는 ‘특별한’ 배려를 베풀고 있다. 개발로 인한 환경적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의 정책적 노력을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환경적 고려는 개발자의 양심과 안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익성과 환경성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개발 현장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정해져 있다.

이렇듯 애초에 개발 편의 위주로 짜인 법이지만 이번에 제안된 개정안은 아예 그나마 남아 있는 ‘개발의 빗장’을 열어젖히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법 13조 3항과 4항의 신설이 그것이다. 이들 항목은 개발종합계획이 수립된 사업에 대해 개발제한구역, 농업진흥진역, 보전산지에서 풀어주며 그동안 수도권 정비계획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사업을 승인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애초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풀어주는 정도의 특혜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그린벨트, 농업진흥지역, 보전산지는 수십년 동안 이 땅의 녹지, 산, 농지를 지키기 위한 개발의 마지노선으로 작용해 왔다. 그런데 이제 그 선마저 풀어버린다면 광란의 개발 욕망을 규제할 최소한의 장치도 무장해제하는 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발상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이 특별법이 적용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이다. 반환 공여지의 96%가 밀집한 경기도를 따져보면 전체 면적의 51%인 15억7200만평이 해당한다. 이 법이 미군공여구역만이 아니라, 그곳이 속한 읍·면·동, 더 나아가 연접 읍·면·동 전체에 적용됨으로써 20개 시·군 158개 읍·면·동에 특혜를 베풀고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다 잴 수 없는 가치의 전면적 포기, 이것이야말로 환경 주권을 상실했다고 지목되는 희대의 미군기지 반환 협상의 뒤편에 도사리고 있는 실체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반환 미군기지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다시 어물쩍 특별법을 개정하려는 속내에 배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현숙/파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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