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9 17:32
수정 : 2007.06.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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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태/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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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토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선거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거침없이 개발공약을 남발하여 결과적으로 멍드는 것은 국토와 지역환경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금 이 시기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각한 환경파괴 우려가 따르는 선거공약과 개발 관련 법률의 제정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 좋은 사례가 최근 해안선에 인접한 자치단체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연안권발전특별법(안)’이다. 이 법안은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경제권 및 국제적 관광지역으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경제·문화·관광 등 지역산업을 활성화하여 …”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 특별법에 따라 수립될 ‘연안권발전종합계획’이 ‘국토기본법’이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연안관리법’의 계획들에 우선하여 집행된다는 점이다. 통합적 연안관리를 위한 계획인 ‘연안통합관리계획’과 계획적인 국토 및 지역개발계획의 범주 내에서 연안권 발전전략이 마련되어도 충분할 것을, 이를 능가하는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기존의 법제가 규제하는 최소한의 환경보전 의무를 무시한 무분별 막개발을 촉진하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 과거 주택문제를 해결한다고 ‘택지개발촉진법’, ‘주택건설촉진법’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계획적인 도시개발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전례를 본다면, 이 특별법의 결말은 너무나 분명하다.
개펄, 해안, 도서지역 등으로 구성된 연안지역은 해양위락 수요의 증대로 주류자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속성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 재생될 수 없는 취약한 ‘한계지역 자원’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앞으로 우리가 국운을 걸어야 할 ‘생명산업’의 중요한 원료가 될 다양한 생물종들이 사는 곳이다. 이러한 곳들을 골프장과 리조트타운 등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은 근시안적 이익에 눈멀어서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황금달걀을 낳아 줄지도 모를 닭의 배를 갈라 버리는 어리석음과 같다.
연안지역은 얼핏 보면 그곳 지역주민들의 소유인 것처럼 보이지만, 넓게 보면 우리 국민 모두의 재산이고 나아가서 우리 후손들까지 두고 두고 이용해야 할 미래세대의 재산이기도 하다. 따라서 연안지역 개발전략이나 기준을 설정할 때는 재생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환경보전 대책과 지역 실정에 적합한 기술을 사용하는 등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시대라고 해서 지방정부들이 이익논리에 충실한 민자를 유치하여 개발하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충분히 지원하고 통제 가능한 개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웃기면서도 답답한 현실은 지난 5월7일 유엔 지속가능발전위원회(UNCSD)에서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이행전략 수립의 모범사례로 소개되어 세계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그 결과로 정부 발의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국토환경을 잘 관리하겠다고 세계에 약속하고, 한쪽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환경파괴도 불사하겠다는 공약과 법안을 만들고 있는, 참으로 웃지 못할 국정의 난맥상이다.
설령 정치적 논리로 ‘연안권발전특별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된다 하더라도, 어느 언론인의 말처럼 대통령은 단호하게 거부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 모델을 외국에 수출하기는커녕 사기행각을 일삼는 나라라는 지탄을 면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중앙과 지방의 정치인들은 무엇이 진정한 ‘지속 가능한 발전’인지 기초상식부터 학습해야 한다.
김일태/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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