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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2 17:56 수정 : 2007.07.02 17:56

유정희/전교조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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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쿠바의 아바나 해변가에서 <노인과 바다>를 썼다. 거칠고 험한 파도와 시도 때도 없이 고기를 향해 달려드는 상어 떼와 싸우며 노인은 말했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아니니까.”

희망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항구로 돌아온 노인에게는 고기의 꼬리와 뼈만 남았다. 우리에게 무엇이 남아 있는 것일까. 바다에서 외롭게 싸웠으나 상어 떼처럼 달려드는 사립재단에 정치인들은 흥정하고 사립학교법은 흔적도 없어져 버릴 셈인가. 사학민주화와 교육개혁을 여망하는 국민의 뜻으로 10년 만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치 흥정으로 말미암아 빈껍데기가 될 처지에 놓였다.

무료급식을 받는 학생들에게 식당 청소와 배식을 시키는 사학재단의 비리에 맞서 싸우던 교사가 파면당하는 사립학교의 현실. 회계 비리를 감추려고 장부를 불태운 재단에 항의한 교사가 국가청렴위원회에서 옥조근정훈장을 타게 되자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상을 타러 가지도 못하게 하는 안하무인의 사립재단. 인사위원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하라고 요구했다고 파면당한 교사는 아직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학 민주화를 이루었던 상지대 교수들은 부패한 구재단과 맞서 또 얼마나 처절하게 싸웠던가.

6월 국회에는 일부 보수 기독교계 목사들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낙선시키겠다는 협박전화(?)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한다. 이어 사립대 총장들은 ‘고교 내신 비중 확대, 기회균등 할당 전형 도입’을 전면 거부하고 자립형 사립고를 늘리고 사학법을 재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지금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합의하려는 사립학교법 개악안은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했다. 더구나 비리사학의 경우 관선이사가 파견되는데, 이를 까다롭게 하고 임기도 3년으로 제한하여 비리 이사가 언제든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원의 임면을 교원인사위원회를 통해서 하도록 하여 재단의 입맛대로 사립학교 교사를 뽑던 것을 방지하려고 한 조항까지 교육상임위에서 토론하도록 하고 있다.

‘사립재단 자율’은 ‘사립학교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인가? 사립대 총장들은 대학 총장 중임 제한을 없애 끝없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하고 개방형 이사도 없애고 대학평의원회를 자문기구로 낮추자고 한다. 신입생들의 학력 수준이 낮으니 대입전형도 대학이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를 보면, 한국 중·고교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핀란드에 이어 2위에 이른다. 그러나 대학만 가면 세계 상위권에서 순위를 찾아볼 수 없는 원인은 대학교육의 부실에 있고 대학입시에만 매달리게 한 성적지상주의에 있는 것이다.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며 학업성취도와 교육만족도 1위를 차지하는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은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아이들이 모두 낙오자 없이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학교와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느 나라에도 대입 성적에 따라 고등학교를 줄 세우겠다는 황당한 고교등급제도는 없다. 또한 자사고를 늘리라고 하는데 지금도 특목고 학생 수가 명문대 입학정원 수를 넘어섰다. 특목고에 가려고 초등학생들이 학원을 새벽까지 다니고 사교육 시장은 더욱 번창하고 있다. 대학이 진정한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공교육 정상화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은 없고 ‘물 좋은’ 곳에서 낚시질만 하겠다고 한다.

사립학교법은 다시 교육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지키며 학교 구성원들에 의해 학교 자치를 꿈꾸는 모습으로 살아날 것이다. 국회에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순간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유정희/전교조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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