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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5 18:38 수정 : 2007.07.05 18:38

조명석 강릉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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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대학입시를 앞둔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마음을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더구나 입시정책이 혼란스러운 요즈음은 더욱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의 최대 관심사는 대학입시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같은 학벌사회에서는 학부모나 수험생 모두 사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며 대학입시에 모든 걸 걸고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입시를 치르고 대학생이 된 뒤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지고,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학생들은 마음속에 열패감을 가진 채 대학생활을 하게 된다.

지방대학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벌의 굴레 속에서 열등감이나 좌절감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 이들이 이런 마음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모색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생각해낸 길이 미국 명문 대학원 진학이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가능성을 믿으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대일 면담을 하고 수업시간에도 틈틈이 얘기를 들려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려 노력했다. 처음에는 “공부하면 뭐 해요. 지방대 나와서 취업도 안 되는데”라고 하면서 자포자기 식으로 지내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공 수업도 거의 다 영어 원서로 진행하고 학점도 매우 엄격하게 관리해 나갔다. 2학년 때 전자공학 전공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한 학생 중 절반이 학사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방학 때마다 6주 동안 학과 내에 개설한 영어수업을 통해 어학실력을 향상시키는 노력도 꾸준히 진행했다.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의 규정시간도 넘기며 자정이 넘도록 영어공부에 매달렸다.

이런 노력이 차츰 결실을 보아 지금까지 35명의 학생이 미국 명문 대학원에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뒤에는 모두 미국 인텔연구소, 삼성전자, 엘지전자와 같은 굴지의 기업으로 진출했다. 이런 성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책도 출간하게 되었다. 그 뒤 몇몇 지방대학에서 직접 우리 학교로 찾아와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 문의하거나 대학생들이 단체로 방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상담을 원하는 다른 대학의 대학생들과 개인적인 만남도 여러 번 가졌다. 이런 사회적인 반향을 경험하면서 다시 한번 대학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입시제도와 관련한 교육부와 대학들 간의 갈등으로 많은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중·고등학교의 공교육과 사교육에 또 한번 상당한 여파가 미칠 것이다. 대학에서 우수한 학생을 뽑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통하여 자신감을 얻고 사회에 진출해서 진정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교육하고 이끌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릉대 학생들의 성과와 사회적인 반향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인생의 첫 번째 기회라고 할 수 있는 대학입시에서 원하는 대학에 못 가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많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성공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주기 위해 대학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대학입시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대학에 가서도 다시 한번의 기회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입시 열풍을 상당히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교육의 성과로 중·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인재를 키워냄으로써 사회에 더욱더 기여한다면 사회에서 대학의 위상과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대학의 자율화 요구에 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조명석 강릉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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