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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9 18:42 수정 : 2007.07.09 18:42

정부균/국제금융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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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적 금리 상승 추세에 맞추어 원화 금리 역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말 연 4.7%대에 머물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에는 5.3%대로 올라섰고, 시디(CD) 금리 역시 5.0%를 기록 중이다. 때마침 두달여 가까이 달러당 925~935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도 지난주 917원대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부에서는 원화 금리 상승이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그 나라 통화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가르치고 있다. 고금리 투자를 목적으로 한 자금이 국외에서 국내로 많이 유입되거나 국내 기관들이 저리의 자금 조달을 위해 외화 차입을 늘리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 통화들은 대체로 이 이론에 부합된 움직임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원화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 때문에 이 이론과 다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국내로 유입되는 대부분의 외국 자금은 주식에 투자되는 반면 금리 차익을 목적으로 한 채권투자 자금은 매우 적다. 2007년 5월 말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유가증권시장 주식 보유액은 302조4천억원으로 전체 상장 주식의 36.2%에 이르나, 채권 보유액은 8조2035억원으로 전체 상장 채권의 1.0%에 불과하다. 실제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2005년에는 3억달러의 채권투자 자금이 유입되었으나 금리 수준이 더 높았던 2006년에 유입된 채권투자 자금은 1억5천만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국외에서 유입되는 채권 자금은 규모도 작고 금리 방향과도 무관했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이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오히려 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일 때 외국인 투자 자금의 대규모 유출을 걱정하곤 했다.

국내 기관들의 외화 차입 선호 현상도 그렇다. 최근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화 금리가 달러화 금리보다 낮고 외화 차입에 따른 각종 비용(수수료와 환위험 관리비용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외화 차입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원화 금리 상승이 기업들의 조달 비용을 높이는 부정적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외화 차입으로 돌아설 유인이 크지 않아 환율 하락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우리 외환시장은 대체로 금리 변동이라는 재료를 크게 중시하지 않는 패턴을 보여왔다. 2000년 이후 여덟차례 콜금리가 인상되었지만, 콜금리 인상 전후 한달간 원화 강세가 나타난 것은 두 차례에 불과했다. 금리 변동보다는 △조선업의 수주 실적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외화 유출입 △외국인 주식 자금 유출입 등 외화 수요·공급 상황 △홍콩·싱가포르·뉴욕·런던 선물환(NDF)시장 동향을 비롯한 국외 외환시장 동향 등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금리 움직임에 따라 외환시장이 심리적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외화 유입이 뒤따르지는 않는다는 점을 경험해 온 터이다.

최근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 역시 금리 상승 기대보다는 달러 수급 및 역외시장의 분위기 등이 환율 하락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외환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금리 상승기라고 해서 무조건 원화 강세를 예상한다면 무리일 수 있다. 금리와 환율의 관계는 교과서에서 배운 이론이 실제 시장에서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고 하여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 전략은 그리 현명한 전략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정부균/국제금융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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