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12 19:20
수정 : 2007.07.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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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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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난 7일 개성에서 열린 제2차 경공업 원자재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 이행기구간 실무회의에서 남한산 원자재의 가격 및 북한 현지 실사 세부 항목 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합의되었으나 핵 문제 등으로 이행이 미루어지던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이 비로소 실행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은 남쪽이 경공업 원부자재를 유상으로 제공하고 북쪽은 지하자원 생산물·개발권 등으로 그 대가를 상환하는 협력사업이다. 쌀·비료 지원이나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정부 주도 협력사업이 일방적 지원의 성격을 띠는 데 반해, 경공업 원부자재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은 정부 당국 주도의 대규모 협력사업이면서도 상업적 방식에 의해서 협력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남북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국간 경제협력의 규모, 안정성 및 지속성을 기업 주도 경제협력의 상업성과 결합시킴으로써 남북 경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이다.
북쪽에 절실하게 필요한 경공업 원부자재 공급과 남쪽의 요구가 큰 지하자원 개발을 결합시킴으로써 남북 공히 사업을 성공시키고 확대해야 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경공업 원부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은 북쪽의 생산을 정상화시켜 남북한 경제협력의 토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따른 남북 경협 확대는 다시 북쪽의 생산능력을 확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공업 원부자재 지원이 남북 합의에 따라서 당장 실행될 수 있는 데 반해 지하자원 개발은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며, 그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상당 기간 상업적 베이스에서의 주고받기가 실현되기 어려우며, 또다른 형태의 대북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올 소지가 있다. 따라서 이 협력방식이 성공하려면 지하자원 개발협력이 시작 단계부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추진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실무협의에서 북쪽 광산의 공동실사에 대하여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북쪽이 경공업 원부자재 확보에만 관심이 있고 지하자원 개발에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계속 제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북쪽이 개발 대상 광산 현황뿐만 아니라 전력·도로 등 기반시설, 그리고 노동력 등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실사를 받아들임에 따라 지하자원 개발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첫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게 되었다.
지하자원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며, 성공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북한 내 지하자원의 개발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막연히 잘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원칙을 가지고 끈기 있게 구체적인 사안 하나하나를 놓고 협의하고 상대를 설득해 나간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던 개성공단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듯이 남북한 모두가 원하는 곳에 좀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경공업 분야도 북한이 원하는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설비와 기술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경공업 원부자재 지원을 북한 경공업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제고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이석기/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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