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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8 18:49 수정 : 2007.07.18 18:49

안병옥/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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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일본 북서부 니가타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근 원자력발전소에서 화재와 함께 방사능이 누출되었다. 일본은 내진설계에 관한 한 최고 기술력과 안전성을 자랑해 왔던 나라다. 하지만 이번 지진 앞에 일본 기술자들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방사능이 포함된 냉각수 누출로 체면을 구긴데다, 원전터 안에 있는 방사성 폐기물 드럼통들이 쓰러져 뚜껑이 열리는 어이없는 사태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의 강도는 원자로 내진설계의 2.5배였다고 한다. 일본 사회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지진을 일으킨 활성단층은 원전을 지을 때는 알려지지조차 않았다니 말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더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있다. 지진은 원전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 가운데 하나다. 지난 5월31일 신월성 1, 2호기의 건설 허가에는 법적 심사기간인 15개월을 훨씬 넘겨 무려 5년5개월이나 걸렸다. 원전 건설 터 주변에서 활성단층인 읍천단층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읍천단층의 잠재 지진 규모가 낮게 평가되었다는 지적이 지질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국내 원전 내진설계 기준인 0.2g(1g=980gal, g는 중력의 약자로 지진의 충격 강도를 나타내는 가속도)는 최근 국내에서 빈발하는 지진들의 강도에 비추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0.2g는 시공사인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를 건설할 때, 비교적 안정적인 미국 동부지역 내진설계 기준을 참고해 만든 것이다. 따라서 국내 지질 여건이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국내 원전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이 대형 병원보다 낮다는 사실이다. 작년 초 건설교통부는 대형 병원이나 댐 등을 특등급 시설물로 분류하고 이들의 내진설계 기준을 0.22g로 강화했다. 또 새로 건설되는 765㎸ 변전소에는 내진설계 기준을 0.3g로 높였다. 30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지만 늘 제자리걸음 하는 것은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뿐이다.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이 병원이나 변전소보다 낮으니, ‘안전 불감증에 걸린 나라’라는 국제적인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원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지진 말고도 많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 유럽 나라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원전의 안전성 검토다. 독일과 스웨덴에서는 항공기가 원자로에 충돌하는 가상현실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원자로의 안전성을 시험했다. 그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원자로들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방호시설을 대폭 강화했다.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일반 시민들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던 우리 정부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20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정부는 수명을 다한 고리 1호기를 폐쇄하지 않고 수명을 연장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수명을 다한 원자로의 물리적 상태나 주변 환경에 미친 영향에 대한 정보는 베일에 싸여 있다. 민주화 이후 20년이 지났다지만 민주주의가 가장 후퇴한 분야가 바로 원자력 에너지 분야라는 말을 듣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밀실행정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물론 건설 중인 원전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에 지금보다 훨씬 강화된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지금 가동하고 있는 원전에는 강화된 기준에 비추어 안전성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다면 시설 보강은 물론 시설의 영구적인 폐쇄까지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정부는 원자력 업계의 이해보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안병옥/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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