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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0 17:21 수정 : 2007.07.20 17:21

정송남/전남 담양 한빛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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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6일치 <한겨레>에 실린, 한 이주 여성의 처지를 취재해 고발한 기사는 우리를 슬프고도 부끄럽게 한다. 한국인과의 결혼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스무살 꽃다운 베트남 여성이 낯선 이국땅에서 만난 사람은 나이 마흔일곱인 가짜 이혼남이었다. 온갖 속임수와 회유 속에 결국 씨받이로 이용당하고 버려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거짓 결혼을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그 남자의 천박한 자본 논리가 두 아이에 대한 애타는 모정을 짓밟고 한 여인의 삶을 나락으로 빠지게 한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한 개인의 이런 도덕적 불감증은 그것이 쉽게 용인된 사회의 인식과 그런 사회구조의 허구성에서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이 불감증은 우리 사회의 저변에 보편화되어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생명 경시 사상과 이주 여성들의 인권상황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제결혼은 전체 결혼의 11.6%(3만9천건)이며, 농어촌의 경우 41%나 된다. 그들 자녀들 중 취학연령대가 1만7287명이나 된다. 그런데 국제결혼 가정의 이혼율이 2003년 1.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4.9%로 증가 추세에 있다. 열악한 환경과 언어장벽, 문화충격 등이 주된 요인이지만 배우자에 대한 사전 정보부족과 국제결혼 정보업체들의 거짓홍보에 속은 경우들도 많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한 경우 25.6%가 결혼 전의 배우자 정보와 실제가 다르다고 했으며, 한국에 대한 정보 없이 결혼한 경우도 20%가 넘었다. 난립한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은 위장·사기 결혼은 물론 인신매매 성격의 배우자 선발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여성들의 인적사항을 빼내 전화를 걸어 가출을 부추긴 뒤 술집, 모텔 등으로 내모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 여성들은 결혼 후에도 가족들로부터 차별대우, 의사소통 부재에서 오는 어려움, 생활방식과 문화의 차이, 자녀 양육과 취학 후 학교적응 문제 등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지역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국가 차원의 정책이 절실함을 느낀다. 국제결혼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우리는 더는 혈연주의에 얽매이거나 인종차별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외국인과 고아와 과부들의 인권을 업신여기지 말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이주 외국인 여성이나 그 자녀들을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소중한 이웃으로 따뜻하게 포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완전 자유업으로 방치돼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일부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속아 결혼 당사자들 모두가 엄청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보는 일을 막아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 망신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05년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 중인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켜 결혼 중개업을 허가제로 전환해 중개업의 기준과 절차, 허위과장 정보제공 금지, 손해보상 책임 등을 명시하여 위장·농간·사기 결혼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국제결혼만큼은 국가기관이나 공신력 있는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바른 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한국어 교육과 우리문화 이해과정이나 준비를 일정기간 거치게 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적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여 그들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무리 경제성장의 화려함을 누리고 살아도 성장의 그늘에서 소외당한 약자들을 배려하지 않고서는 우리에게 진정한 선진국은 요원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주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국가정책은 우리 사회의 인권지수와 도덕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정송남/전남 담양 한빛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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