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26 17:37
수정 : 2007.07.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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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언/신성여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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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과서 같은 사람!”
무미건조함 속에 자기만의 고집으로,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사람, 늘 교과서와 접하며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교과서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과학 교과서는 더욱 그런 것 같다. 시적인 언어도 없고 아름다운 그림도 없다. 그렇다고 역사의 감동을 느끼게 할 만한 스토리도 없었다. 딱딱한 과학 용어와 법칙, 수식과 그래프로 채워졌을 뿐이다.
그나마 6∼7차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과학 교과서에도 많은 변화가 시도되었다. 컬러 사진 자료를 쓰기도 하고,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과학 지식을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내용은 줄지 않았음에도 수업 방식은 실험·토론 등의 형태로 많이 바뀐지라 7차 교육과정의 10학년 과학 시수는 6차 때의 주당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버렸다. 즉, 학습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적인 과학 지식을 확인하고 전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다 보니 7차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의 신장과 같은 본래의 목적과는 멀어져 버렸다.
제일 큰 문제는 학생들이었다. 영상의 화려함에 푹 빠져 있는 학생들에게 우리 교과서는 도대체 매력이 없었다. 시중에서 파는 참고서들은 깔끔한 디자인과 편집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확 잡는다. 단원 사이에 넣어진 읽을거리와 흥미로운 문제도 눈길을 끈다. 거기에다가 온라인 무료 강의까지 해준다니. 학생들에게 과학 교과서는 항상 뒷전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교과서에 등장한 사진과 그림만 보아도 손이 끌리는 책, 그러면서 과학에 필요한 탐구능력과 창의력 개발에 필요한 영양소를 쏙 넣어둔 책, 그리고 어려운 과학 관련 서적들을 들춰 보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 책, 과학이라는 진액만 쏙 뽑아 아무리 몸에 좋아도 먹기 힘들게 만든 책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예술 등에 녹아 있는 채로 어우러져 있는 그 고소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책이 없을까 말이다.
이런 간절함에 대답이나 하듯 우리들 눈앞에 일명 ‘차세대 과학 교과서’가 등장했다. 우선은 책 표지를 열자마자 다양한 그림·사진 등의 자료들이 우리 눈길을 끈다. 잠깐 내용을 보면, 고속철도(KTX) 개통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를 통해 과학탐구 방법과 사회문제와의 연계성이 등장하고 각 단원에서 미니실험실이라는 주제를 통해 단원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물론 이론까지 습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꼭 알아두기라는 꼭지를 통해서는 필수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과학 개념을 정리해 두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좀 더 높은 수준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각 단원에 심화학습 부분을 두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머릿속 과학 집짓기라 하여 단원을 정리해 주고 더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근래 대학 입시의 최대 이슈인 논·구술 활동자료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책이 많이 두껍다. 대략 580쪽. 하지만 내용이 즐거우면 두꺼운 게 무슨 상관이랴.
학생들에게 펼쳐보였다. 반응이 확 왔다. 잡지책인 줄 알았단다. 공부할 맛이 날 것 같다나. 짧은 시간, 학생들과의 첫 대면이었지만 일단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과가 아니겠는가. 우리나라 학생들이 세계적으로 과학의 학업 성취도가 높은 데 비해 흥미와 관심은 떨어진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교사와 학생들이 수업 중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교과서를 바꾸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차세대 과학 교과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교과서가 재미없다는 편견을 버려!”
김승언/신성여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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