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나/입양인·<한겨레> 영문판 카피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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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세계에서 온 한국 출신 입양인 700여명이 이번주 서울에 모였다. 역사상 가장 큰 입양인 대회다. 대회의 목적은 다양한 국적과 언어, 관점을 지닌 한국 출신 입양인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꾸리자는 데 있다. 우리를 국외로 내보낸 사람들은 우리가 되돌아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그렇지만 우리는 돌아왔고 그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정부와 언론의 책임 있는 태도를 바라지만 사실상 무대책이라 할 정부의 입양정책이나 언론의 과거 보도태도에 비춰 보면 비관하지 않을 수 없다. 예상대로 지난 1일 개회식에서 보건복지부 대표는 환영사에서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입에 발린 빈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런 말이 누구를 위한 말인가? 어떻게 하면 정부 대표가 이런 빈말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게 될까? 정부와 입양 주선기관은 외국 생활에 적응해 성공한 이들을 내세우며 국외 입양의 트라우마를 무시하고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게 아무 잘못도 없다면 왜 미안하다고 하는가? 국외 입양은 6·25 전쟁 여파로 시작됐지만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6·25 이후 20만명 가까운 아이들이 타국살이를 하게 된 것은 국외 입양의 99%를 차지하는 10대나 20대 초반 미혼모 아이들을 한국 사회가 스스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국외 입양을 지지하는 것은 힘없고 소외된 어린 여성들에게서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빼앗는 일이다. 정부는 부수적으로 국민의 기초적인 사회복지에 지출해야 할 비용을 아끼는 이득까지 얻고 있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아이 수출국이다. 중국·러시아·과테말라 다음이다. 이렇게 많은 아이를 외국으로 내보내는 요인은 간단하지 않다. 불충분한 사회 복지, 미혼모·한부모·입양인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 인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상담기관의 부족과 입양 주선 기관 개입, 성 관련 상담시설 부족, 아이 아버지에게 양육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의 미비, 국외 입양과 국내 입양의 비용 차이, 서양의 어린이 수요 등 일일이 들추기조차 어렵다. 정부가 이런 쪽에 관심을 쏟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것이다. 그리고 입양인들이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또 왜 젖먹이들이 날마다 여섯씩 고국을 떠나 외국으로 보내는지를 파헤치겠다는 열의를 가진 언론도 기대할 수 없다. 더 많은 입양인이 김치를 먹고 태극기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만이 그들의 관심을 끌 뿐이다. 어린아이의 슬픔과 상실, 생모와의 이별은, 그것과 관련해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시치미를 떼는 나라에선 결코 섹시한 뉴스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아이들과 그 가족의 생이별을 막는 일은 언제나 가능할까? 한국은 외국에 인도주의적 원조를 보내는 나라이고, 국제사회에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대접받기 원한다. 이제 이런 낡고 불필요한 국외 입양을 그만둘 때가 됐다.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가족의 의미를 재정립해 편모와 그 아이들을 사회에서 받아들일 때다. 이제 죄의식을 행동으로 옮겨, 온국민이 이땅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한다. 문화와 언어, 가족의 상실은 입양인들이 결코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모와 그 가족한테도, 잃어버린 아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제니 나/입양인·<한겨레> 영문판 카피에디터 영어원문(http://english.hani.co.kr/arti/english_edition/e_editorial/2262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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