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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06 18:17 수정 : 2007.08.09 15:48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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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들어, 한국의 햇볕정책은 고립을 벗어나 재도약의 기회를 맞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뿐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그렇다. 미국이 정책을 바꾸었고, 한나라당도 당론 변경을 노력하는 중이다. 한나라당의 정책 시안은 가히 ‘보수적’ 햇볕정책이라 할 만하다. 지지자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유의할 것이 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초기 3년 동안 미국과 일본의 지지 속에서 추진되었다. 또한 북한은 미·일과의 관계 개선, 국제사회로의 진입에서 한국의 도움이 필요했다. 중국은 우호적 방관자였다.

그런데 2001년부터 갑자기 판이 바뀌었다가 2007년 들어 돌연 다시 판이 변했다. 핵실험 이후, 북한은 그토록 원하던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움켜쥐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대북 협상력은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 잠재 보유는 아직 거론 대상이 아니다. 미국은 중동 문제로, 국내정치 분열 때문에 외교적으로 약체화되어 있다. 또한 미국은 대북정책에서 일본의 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정서적 전략적 공감대도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대북정책에 관한 이견은 거의 해소되었다. 그러나 미국에는 아직도 한국에 대한 감정의 찌꺼기와 의심이 강하게 남아 있다. 지난 6년 동안 한국에서의 강한 반미정서 및 독자노선 추구 때문이다. 역으로 한국은 미국에 대해 똑같은 서운함과 의심을 표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2차 핵위기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서 주요 역할을 하도록 요청했다. 중국은 이를 활용하여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한국이 중국을 신뢰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없다.

요컨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시기와 비교할 때, 현재 한국의 입지는 약화됐고 북한의 입지는 강화되었다.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한국이 북한에 긴요했다면, 현재 북한은 더는 한국을 과거처럼 중시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을 직접 다룰 수 있고, 일본과 관계 개선에서도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을 다루는 데서 한국보다는 중국의 역할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한 비판은 일반적으로 한국보다 중국 쪽에서 훨씬 엄격하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는 아마도 한국보다는 중국을 더 신임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한국이 대북 독자 주도권을 고집할 것을 우려한다.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은 한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국의 이익을 소홀히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한국이 고립된 채로 북한에 집요하게 접근하면, 북한의 대남 정책에서 자유 선택의 폭은 그만큼 넓어진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앞으로 북한이 한국과의 군사, 정치, 경제회담에서 요구조건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전반적으로 협상 진전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며, 다른 나라가 한국에 압력을 넣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 6자 회담과 관련하여 벌어지는 여러 협상에서, 다른 국가들이 한국의 이해관계를 방어하거나 한국과 협력하여야 할 의무감을 덜 느낄 수 있다. 한국이 독자노선이면 다른 나라도 독자노선이고, 한국에 힘이 없으면 한국을 굳이 배려해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이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다음 정부를 이끌고자 하는 사람들은 햇볕정책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어떻게 응전할 것인지 그 해답을 내놔야 한다.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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