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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3 18:41 수정 : 2007.08.14 16:04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기고

7년 만에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열릴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전국을 다시 한번 흥분시켰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국민들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남북경협의 안정적 확대 등의 기대를 걸고 있다. 평화통일 관련 시민단체들 역시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환영을 담은 논평을 발표했고,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역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정착의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표명했다.

이런 환영과 기대의 물결 속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마음이 한편으로 쓸쓸해지는 것을 감출 수 없다. 지난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인 현장에서 여성들의 얼굴을 거의 볼 수 없었던 것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남쪽 대표단의 여성인사는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를 제외하고 단 한 명이었다. 민족의 비극인 분단의 역사를 평화의 역사로 전환시키는 첫 출발점이던 역사적 현장에 온통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들의 웃는 모습만 가득했던 게,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여성들에게 준 큰 실망과 자괴감을 주었다.

이번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평양에 여성들도 함께 가기를 바란다. 여성들이 남북 정상회담 대표단에 포함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보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대표성이 이번 대표단 구성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여성들의 평화통일 염원을 반영하자면 방북 대표단에 여성 참여율이 최소한 30% 이상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여성계가 요구하고 있는 성인지적 평화·통일정책을 참여정부가 성의있게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의 참여는 또한 통일과 화해, 평화 창조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확대시켜 나가기 위해 필요하다. 1970년대 이후 여성들은 민주화, 인권, 통일, 평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1991년 분단 이후 최초로 민간 차원에서 판문점을 왕래하여 성사시킨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남·북·일본 여성 참여) 이래 꾸준히 남북 여성교류를 진행시켜 왔고, 평양에서 열린 3차 토론회(1992년 가을)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남북 여성들의 공동의제로 채택하여 지금까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여성들의 연대를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여성본부’에 여성단체 48곳이 참여하여 북쪽 여성과 만남과 교류, 소통과 이해의 과정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역사와 경험을 돌이켜 볼 때 한반도 평화 정착에 중요한 전환의 계기를 맞이하게 될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남쪽 대표단에 여성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평화통일을 위한 여성들의 적극적 역할을 더욱 확장시키기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또한 ‘평화협상 및 평화합의 이행 과정에 여성들의 참여를 권고한 유엔안보리 결의안(UNSCR) 1325’(2000)를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을의 협상테이블에서 국제적 협상테이블까지!’란 여성 평화운동의 구호는 남성과 여성의 경험이 통합됨으로써 평화의 미래를 가꿔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분쟁지역의 평화협상에서 여성들의 주체적 참여는 유엔과 국제적 차원에서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미래를 일궈가는 일에도 여성들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해야 할 것이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평양에서 남쪽 대표단으로 참여한 여성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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