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앨런/계명대 한국문화정보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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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는 영어 선생님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으로서는 한국이 그리 살기에 편한 나라가 아니라고 느끼기 쉽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모든 외국인을 ‘영어 선생님’으로 본다. 나는 금발에 파란 눈의, 한국 사람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백인은 아니지만 피부가 하얗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길을 가다 보면 “하이!”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 인사말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어린이들이나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 여러 명이 소리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냥 지나쳐 버리면 뒤에서 좋지 않은 말을 한다. 뒤에서 소리치는 것, 이것이 과연 진심으로 하는 인사일까? 분명 이는 어느 문화에서건 인사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서점에서 책을 볼라치면 대학생들이 나에게 영어를 사용하고 싶어 말을 걸어온다. 마치 나를 몇 해 동안이나 알아왔던 사람처럼 대하며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썩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그 사람들은 내가 당연히 영어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며 당연히 그들의 영어를 들어주고 고쳐줄 의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영어 선생님이 아니며, 나의 영어가 100% 올바른 것도 아니다. 내가 서점에 있는 것은 책을 사려고 하는 것이지 모든 사람들의 영어 선생님이 되기 위해 서 있는 것이 아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5년 입국한 외국인 26만6280명 중에서 ‘회화 지도’ 비자로 들어온 사람은 5649명이라 한다. 또한 미국인 1만8756명 중에서 1882명만이 영어를 가르치고자 입국하였다고 한다. 여러분이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외국인 중에는 취재하러 온 사람도 있고, 단순히 관광 목적으로 온 사람도 있으며, 나처럼 유학생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러 온 사람도 있다. 또 모든 외국인을 미국인으로 본다. 당연히 백인 중에는 미국인이 많다. 그러나 캐나다인이나 영국인 등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백인들도 많다. 한국 사람들이 유럽 등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오해받으면 매우 기분이 나쁘듯이 ‘미국 사람’ 소리를 들으면 기분나빠하는 프랑스인, 영국인 등이 상당히 많다. 모든 외국인은 한국어를 못한다고 여기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이 버스를 타면 몇몇 여중생이나 여고생들이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다. 언젠가 좌석버스에서 어느 젊은 여성 옆에 앉았을 때 그 사람이 ‘내 옆에 외국인 앉았어. ××’ 하는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았다. 물론 내가 당연히 한국어를 못할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처음부터 한국어로 썼다. 나 말고도 내 주위엔 한국어가 능숙한 외국인이 정말로 많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요즘 한창 인기몰이를 하는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의 한국어는 매우 유창하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그들의 유창하거나 혹은 아직은 미숙한 한국어를 들으며 재미있어한다.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하다. 외국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여러분 이웃에 사는 사람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외국인이니까’ 하고 특별대우를 받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동물원의 동물처럼 취급당하고 싶지도 않다. 외국인을 같은 지구에 사는 사람, 같은 ‘인류’라고 생각해 준다면 모든 것이 쉬워진다. 이렇게만 된다면 한국은 세계를 향해 크나큰 한걸음을 걷는 것이 될 것이다. 니컬러스 앨런/계명대 한국문화정보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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