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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29 17:35 수정 : 2007.08.29 17:35

류병운/홍익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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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변호사가 한국의 법률서비스 시장의 규모는 연 1조6천억원에 불과해 미국의 초대형 로펌 하나 매출 규모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왜소한 한국의 법률시장을 고려할 때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약 1000명 선으로 묶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법률서비스 시장이 이처럼 왜소하며 법률서비스가 경쟁력이 없는 것은 과연 누구 탓인가?

김영삼 정부 시절 추진됐으나 법조계 반대로 무산된 로스쿨 도입이 10여년 전에 성공적으로 이뤄져 그때부터 법학교육을 시험용 암기식이 아닌 시장에서 요구되는 실무 위주의 경쟁력 있는 변호사 양성에 주력했더라면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초임 변호사 월급은 700만∼800만원 정도로 현재보다 결코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 무렵 새로이 등장하던 중소 로펌들은 전문성을 갖추기에는 너무 과도한 인건비 지출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변호사직의 독점적 이익이 존재하던 터라 로펌에 취직했던 신참 변호사들도 1∼2년 뒤면 개인법률사무소를 차리려 퇴직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것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문만 열면 꽤 챙길 것들이 있었음을 방증한다. 당연히 로펌의 전문화·대형화와는 거리가 먼 개인변호사 사무실들이 양산됐고, 취급하는 사건의 종류도 송무 위주의 형사·민사·가사 사건 등 한국의 모든 사건을 취급하는 만물상이었다. 구멍가게 식으로 공급되는 법률서비스는, 경쟁을 통한 질의 개선보다는 독점적 이익을 누리는 것에 안주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전관예우’라는 잘못된 구습의 틀 속에서 계속 국민들에게 매우 비싼 가격에 팔려 왔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췄다는 로펌들도 퇴직관료들을 대거 영입해 법률서비스보다는 ‘커넥션 서비스’에 주력하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그러니 국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한국 로펌의 법률서비스 지원을 기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한국 법률시장이 영세하니 변호사 수를 계속 제한하자는 주장은 어떤 지역에서 담배를 팔 수 있는 담배포의 추가 발급을 반대하던 1960년대 말이나 70년대 초의 구멍가게 주인의 입장과도 같다. 지금은 수입이 제한되던 양담배도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담배자판기도 도처에 설치됐다.

한국의 미래는 제조업보다는 고부가 서비스 산업에 달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최근 발간된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진입장벽 현황 분석’을 보면, 한국의 서비스업 창업 절차나 비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두 배로 창업 환경이 거의 꼴찌라고 한다. 서비스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더불어 그 업종별 독점적 틀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 서비스 시장의 경쟁적 발전을 저해하고 비효율성을 증가시킨다.

또한 한국의 변호사 배출 수를 현재의 연간 1000명에서 2000명으로 늘린다고 해도 변호사 1명당 인구 수인 5758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수준인 약 1330명으로 낮아지는 데는 자그마치 17년이나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변호사를 매년 2000명씩만 배출한다고 해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70%로 계산할 때 현재 거론되는 로스쿨 총 입학정원은 3000명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5년 앞을 예측하기 힘든 이때 17년은 너무 긴 시간이다. 여기에 다시 개방 추세 속에 머지않아 외국의 대형 로펌들이 한국시장에 상륙할 것이라는 점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이제는 변호사들도 한국 법률서비스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할 때가 됐다.

류병운/홍익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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