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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30 18:06 수정 : 2007.08.30 18:42

최종수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

기고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이 되고 대통합민주신당은 경선체제에 들어갔다. 대선후보들 모두 장밋빛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정말 희망이 있는가?’ 묻고 싶다. 그 희망이 미래세대까지의 희망인지 말이다.

29일 오전 10시 미사를 드리려 하는데 조립식 지붕 위로 거센 장대비가 내렸다. 장마 때보다도 더 많은 비가 내리는 요즘,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자연재해가 없어 온전한 고을인 전주, 2005년 8월 380㎜의 집중호우로 성당이 발목까지 침수된 악몽이 떠올랐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자 마당에 물이 가득 찼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처마 밑에서 생각에 잠겼다.

우두두 무섭게 지붕을 두드리는, 갑자기 하늘이 뚫린 듯이 장대비가 오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뚝 그치는 스콜 현상이었다. 동해의 수온 상승은 다른 지역의 온도 상승보다 두 배나 빠르고 바다 수위 상승도 또한 두 배가 높다. 지구온난화가 다른 지역보다 갑절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대선주자들은 어떠한가.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환경재앙을 불러올 경부운하를 최대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재앙을 가속화시키는 시대착오적인 1970년대 개발 독재식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민주신당 후보들 역시 대동소이한 개발과 성장에만 급급한 정책 일변도다. 과거 대선공약의 역사는 한마디로 개발과 성장이었다. 그 공약이 경제성장을 가져왔지만 지금 우리 시대의 대안은 아니다. 우리도 잘살고 미래세대도 잘사는 공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부운하 공약이 새만금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왜일까? 여의도의 140배가 넘는 바다와 개펄의 무수한 어패류와 철새들이 죽어가는 새만금은 인근 지역과 바다 주민들의 절망이 되어버렸다. 쌀이 남아도는데 논을 만들겠다며 새만금을 추진했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은 농지가 아닌 대규모 각종 개발공약으로 현혹했다. 사업의 타당성이 없어 경제기획원에서도 반대했으나 전두환 대통령 말기인 87년 12월 노태우 후보가 전북도민들의 표를 얻으려 투표일 엿새 앞두고 발표한 선심공약이다. 그후 20년 동안 여러 기관에서 타당성이 없다고 보고했으나 대선주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 사업을 강행하며 2조원 가량이 투자되었다.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될 수도 없는 농지전용이지만, 대선주자들의 여러 공약 개발 사업을 시행하려면 2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한해에 천억씩 투자되면 200년이 걸려야 한다. 그러나 전북도민들은 아직도 그 허황된 공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후손들에게 환경재앙을 물려준다면 그 공약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전국을 고속도로와 지방도로 건설로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유럽 운하에서 알 수 있듯이 경부운하는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공신력이 있는 단체들과 학자들에 의해 객관적 검증이 끝났다. 소수의 물류운반을 위해 강을 파헤치고 오염덩어리 콘크리트 대운하를 건설하는 공약은 즉시 폐기처분해야 한다. 70년대 개발 독재식 망령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국민이 투표로 심판할 것이다.

29일 전북 부안지역에 하늘이 뚫린 듯 시간당 60㎜의 폭우가 쏟아졌다. 지구온난화가 주택과 추수를 앞둔 논을 삼켜 버렸다.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으로 말미암은 온실가스가 그 원인이다. 지구 생태계의 보존 없이 우리도 미래세대도, 삼성도 현대도 존재할 수 없다.

자연은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최고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 강은 강이지 운하가 아니다. 강은 미래세대의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란 말이다. 더욱이 대통령 임기 5년을 위해서 억만년 미래세대의 것인 강을 훼손하고 죽일 순 없다. 자연은 훼손당한 만큼 인간에게 재앙을 되돌려 주지 않았던가.

최종수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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