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우/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기고
노인 장기 요양제가 드디어 내년부터 시행된다. 다른 어떤 복지제도보다 많은 관심 속에서 그동안 제도 도입 시기, 재원, 대상자 규모 및 인프라 준비 등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비록 제도 초기 65세 이상 노인의 3% 정도를 대상자로 시작하는 다소 규모가 작은 제도로 볼 수 있으나, 대부분의 노인이 삶을 마감하기 전에 혜택을 받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앞으로 상당하리라 본다. 또, 국회를 통과하면서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환자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게 법이 제정됐다. 동시에 그 재원 조달이 건강보험 가입자의 기여금에 의존하는 만큼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제도다. 제도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논의점이 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점 중 일부는 제도 초기에 거쳐야 하는 통과 의례적인 것이다. 논의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제도 시행 후에야 고쳐나갈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첫째 논의점은 시기와 준비문제다. 현재 시설과 인력이 전국적으로 제도를 시행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장기 요양제는 기존의 사회복지 제도와 달리 민간의 유입을 강조하고, 대다수 국가에서도 민간에 의해 운영된다. 따라서 제도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민간에서는 관심만 갖고 실제 이 사업 인프라 투자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두번째는 대상자의 규모가 너무 축소되어 중증 위주의 노인에게만 사업이 시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전체 재정과 관련된 것으로 제도 시행 이전에 해결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곧, 정확한 대상자의 규모는 필요하지만 등급에서 제외된 자의 규모가 현실적으로 정확히 파악되기 어렵기에 정부 쪽에서는 당장 확대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백하게 장기 요양 욕구가 있는 노인들이 지속적으로 제외될 경우는 대상자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 한가지 고민할 점은 서비스의 질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요양시설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설립되고 운영되어 왔다. 즉, 현재 다수의 요양시설 입소노인들은 사회복지 서비스의 주된 대상인 저소득층에 속해 왔다. 따라서 지금까지 서비스의 질은 ‘최소한의 성격’을 전제로 이뤄졌다. 장기요양 보험의 핵심 장점은 대상자의 소득과 상관없는 서비스 혜택인데, 과연 중산층 이상의 노인들이 지금의 요양시설의 서비스 질에 얼마나 만족할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본격적으로 질을 논의하도록 하자면 소비자가 경험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후 보완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수급자와 재원 기여자의 차이다. 건강보험과 달리 장기요양 보험의 대상이 되는 시기는 다수가 생의 마지막 시기다. 즉, 돈 내는 시기와 혜택을 보는 시기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노인 장기 요양제의 실제 수혜자가 누군지를 짚어 봐야 한다. 서비스 급여는 비록 노인 일부에 국한된다 할지라도 이 제도가 없다면 수발 부담을 가지게 되는 층은 30∼50대의 노부모를 둔 사람이다. 또 혜택을 받지 않는 젊고 건강한 노인이라 할지라도 언젠가 본인의 기능에 제한이 있을 때 자식에게만 의존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이 제도 시행으로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 본다. 병든 부모를 직접 수발해야 하는 자식들과 자식에게 주는 부담을 줄이려는 노인층이 모두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의 고민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인 장기 요양제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시행될지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고민이나 근심만으로 제도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 후 지속적인 검토와 문제 해결을 위한 보완 노력들이 병행된다면 이 제도를 기점으로 한국의 여러 보건 및 복지 서비스가 선진국 수준의 사회보장제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김찬우/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