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9.04 18:43 수정 : 2007.09.04 18:43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기고

외환은행 재매각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론스타 보유 외환은행 주식을 전량 현금으로 인수할 계획임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를 모색했던 국내 금융기관들은 ‘닭 쫓던 개’가 되었고, 향후 외환은행의 향배는 이제 감독당국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현재 감독당국은 외환은행과 관련한 두 건의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 이전에는 승인 검토가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감독당국의 태도는 초법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론스타의 주식 재매각과 별다른 관련성도 없다고 본다. 우선 전직 외환은행 경영진과 고위 공무원에 대한 헐값 매각 관련 소송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론스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곧 론스타는 이 소송의 판결과 상관없이 얼마든지 ‘외환은행 주식의 선의 취득’을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을 이유로 승인 검토를 미루기는 어렵다.

외환카드 인수와 관련한 주가조작 사건은 약간 성격이 다르다. 이 사건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에 발생했고, 따라서 론스타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사건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적법한 대주주임을 전제로 그 경영행태가 적절했는지를 다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어차피 주식을 팔고 떠나려는 상황이므로 이 판결은 ‘울고 싶은 아이의 뺨을 때려주는 격’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감독당국이 외국의 비난이나 초래할 ‘꼼수’에 연연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금융 관련법에 따라 론스타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만일 ‘에이치에스비시’가 주식 인수 승인을 요청해 오면 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적절하게 심사해야 한다.

그러나 감독당국의 의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하는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문제 이외에 또다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것은 론스타의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 해당 여부다. 필자는 지난 3월부터 이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고, 이번에는 감독당국도 론스타의 국내외 모든 특수 관계인을 망라한 자료를 기초로 이 문제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당국은 더는 미루지 말고 이 문제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비금융 주력자 해당 여부는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외환카드 주가조작 문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비금융 주력자 문제는 론스타 보유 주식의 법적 성격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왜냐하면 론스타는 2003년에 외환은행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비금융 주력자 해당 여부에 관한 서류를 제출했을 것인데, 이 서류의 신뢰성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비금융 주력자 문제는 ‘외환은행 주식에 대한 론스타의 선의 취득’ 주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고리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법원 판단 운운하는 초법적인 주장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은행법이 감독당국에 부여한 각종 심사를 법대로 또박또박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환은행 문제만큼 국민적 감성과 감독당국의 편법이 교차하는 경제 문제도 드물다. 외환은행은 일반 국민에게는 애국심을 검증하는 시금석이었고, 은행산업 종사자에게는 은행감독의 후진성을 증명해주는 대표적 증거였다. 그러나 이제는 감성과 편법을 뒤로 하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 금융질서를 제대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