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05 18:50
수정 : 2007.09.0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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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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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무현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우리 쪽 핵심 의제로 경제공동체 구상을 꼽았다. 경협의 발전이 평화의 증진과 연관되는 지점은, 그것이 남북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심화시킴으로써 결국은 전쟁방지와 갈등해소를 보장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상호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결합함으로써 결국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보장하게 된다는 기능주의적 접근은 사실 갈등하고 있는 국가 간에 매우 적실한 시사점을 준다.
그러나 경제공동체 구상을 실현하고 진행하려면 정치군사 분야의 남북관계 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경협과 사회문화 교류를 한 단계 높이고 공동체 정도의 확고한 경제적 통합으로 나가자면 지금의 군사적 보장 정도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군사 분야의 신뢰구축과 진전 없이 경협의 질적 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제공동체와 관련된 제안을 실효성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수준에서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이 필요하고 그 핵심 관건은 바로 북방한계선(NLL)일 수밖에 없다.
사실 북방한계선은 국경선이나 영토가 아니다. 지금 일부에서는 마치 북방한계선 사수를 영토 사수와 동일시하는 과도한 민족주의를 고양하고 있는바, 이는 향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남북의 진지한 노력을 가로막는 잘못된 신화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우리 군의 방침은 ‘북방한계선을 먼저 인정해야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방한계선 인정을 전제로 남북 기본합의서에 명시된 기타 군사적 신뢰구축 조처와 함께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까지 장성급 회담에서 보인 우리 군의 태도였다. 이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향후 전향적인 자세로 필자는 ‘북방한계선을 협의할 테니 인정하라’로 순서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북방한계선에 관한 한 이미 남북은 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에서 쌍방의 관할구역 인정과 해상경계선 재협상을 동시에 합의해 놓았다. 따라서 ‘북방한계선 협의 시작을 전제로 북방한계선을 인정하라’는 요구는 충분히 북과의 생산적 협상을 가능케 할 것이다.
북방한계선에 대한 조금 더 유연한 우리의 접근은 그 자체로 북방한계선 입장을 후퇴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향후 남북간 논의 과정에서 포괄적인 군사적 신뢰구축 조처와 연계해 대북 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할 수도 있다. 북방한계선 논의를 시작으로 서해상의 포괄적인 긴장완화 조처를 병행해 논의하고 아울러 남북 사이 군인사 교류, 핫라인 설치, 상호 훈련 통보 및 참관 등 초보적 수준의 군사적 신뢰구축 조처를 동시에 논의함으로써 북으로부터 실질적인 긴장완화 조처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방한계선에 대한 전향적 접근은 역으로 우리가 반드시 얻어내야 할 대북 근본 문제에서 북한의 유연한 양보를 얻어내게 할 수 있다. 곧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우리 정부가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고 동시에 북은 쉽게 받기 힘든 민감한 사안이다. 아울러 내정 불간섭 문제나 회담의 제도화 문제도 우리가 이제는 북에 확실하게 요구하고 받아내야 할 것들이다. 따라서 북방한계선 논의에 대한 전향적 접근을 통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서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고, 기타 대북 근본 문제를 두고서도 북한의 긍정적 화답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북이 원하는 근본 문제를 정면에서 돌파하기 위해, 남이 원하는 경제공동체 구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그리고 정체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새롭게 추동해 내고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북방한계선 문제는 반드시 전향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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