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삼진/한양대 교통공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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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외국의 어느 잡지에 실린 재미있는 카툰은 꽉 막혀 주차장이 된 도로에서 모든 운전자들이 한결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꼬집는다. 짜증난 얼굴로 다른 운전자들을 보면서 “이 바보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나는 집에 벌써 도착해서 쉬고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 혼잡한 도로를 다른 운전자들에게 양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교통체증의 한가운데로 막히는 줄 알면서도 합류하는 것이 승용차 이용자들의 일상이다. 서울 같은 거대도시가 교통문제를 풀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최선책을 찾을 수 없기에 고민은 더 크다. 그래서 대도시가 채택할 수 있는 바람직한 차선책은 대중교통 개혁과 혼잡통행료 물리기라는 중요한 두 축이다. 다행스럽게도 서울은 그 하나의 축인 대중교통 개혁에서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 준공영제를 핵심으로 하는 대중교통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투자를 통한 대중교통 이용자의 증가, 시내 교통량의 의미 있는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의 교통량 조사를 보면, 2004년 대중교통 개혁을 전후하여 서울시 교통량은 전체적으로 6%가 감소하였고, 그 중에서도 도심 교통량은 10.6%가 줄어들었다. 2005년과 2006년 사이에도 교통량이 약간 감소했고 도심 교통량은 3% 정도 줄었다. 이런 대중교통 개혁의 성공을 바탕으로 혼잡통행료 거두기를 확대함으로써 교통개혁을 완성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지지해 온 혼잡통행료 확대시행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영국 런던의 혼잡통행료 시행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 탄력을 받게 되었다. 싱가포르는 1998년부터, 런던은 2003년부터 1만5천원 정도의 혼잡통행료를 물려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남산 1·3호 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 시범으로 부과한 이래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10년이 넘도록 확대시행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도심에서 혼잡통행료 3천원을 물리면 출근시간 도심의 통행 속도는 19% 정도 빨라지고, 승용차 이용률은 3% 정도 줄어들 것으로 국토연구원은 예측한다. 도심 혼잡통행료는 교통혼잡 감소와 통행속도의 개선, 대중교통의 활성화와 대중교통 투자재원 확보, 글로벌시티로서의 도시경쟁력 확보, 대기오염 감소와 지구온난화 완화, 교통안전의 증진 등에 기여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대안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시민의 부담이 가중된다거나 높은 관리비용에 따른 경제성 문제, 일부 지역의 지가나 임대료 하락, 비즈니스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 형평성 논란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혼잡통행료는 원래 경제적으로는 이익이지만 사회·정치적 반발이 우려되는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런던에서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은 경제적인 편익은 적고 비용이 높다는 비판이었다. 서울의 경우 버스개혁을 이미 추진하여 추가 투자비용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고, 첨단 기술통신 강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관리비용의 최소화가 가능할 것이다. 서울시가 혼잡통행료 부과를 도심구간과 강남권 등으로 확대한다면, 서울은 교통량 감소와 대중교통의 발전,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서울시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혼잡통행료 시행을 추진하기 바란다.임삼진/한양대 교통공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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