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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3 18:54 수정 : 2007.09.13 18:54

이미영/건국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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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문제가 다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론스타가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성사되면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 후 이익배당, 콜옵션 행사로 얻은 차익, 그리고 이번에 홍콩상하이은행에 대한 매각이 성사될 경우의 차익 등을 모두 합쳐 5조원을 휠씬 넘는 이익을 얻어가게 됐다. 그런데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겨가게 된 수완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금융감독 당국이 현재 진행 중인 론스타 관련 형사재판이 끝나지 않으면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표명했음에도 계약 체결을 강행한 점이다.

세간에서는 추측이 무성하다. 가장 그럴 듯한 것은 론스타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론스타의 불법행위가 확인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된다면 감독당국은 계약을 승인해 줄 수밖에 없다. 설령 재판에서 론스타의 불법행위가 확인된다 하더라도 은행법상 감독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처는 외환은행 주식에 대한 매각 명령밖에 없는 것이니 결국 홍콩상하이은행에 팔면 된다는 것이다. 바로 가도 서울이고 모로 가도 서울이니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만약 감사원 감사 및 검찰의 수사내용대로 외환은행 주식 인수 과정에서 론스타가 간접적으로 관련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거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조작에 관여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론스타와 외환은행 사이에 맺어진 주식 매매계약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 경우 론스타는 보유 지분을 어느 누구에게도 팔 수 없고 애초의 주인이던 수출입은행 등에 돌려주어야 한다. 물론 이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 아래 계약을 강행했다고 하면 그 또한 그만이다. 그러나 재판은 진행 중이고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1심 재판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금융감독 당국을 무시하고 법원의 재판 결과까지 예단하는 듯한 론스타의 태도는 아무리 자본의 힘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론스타와 외국의 일부 언론 등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한국내의 반외자 정서에 있다고 하면서 모든 책임을 우리나라에 떠넘기는 데 있다. 도대체 이번 사건 진행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누구의 반외자 정서가 개입되었다는 것인가?

국가기관인 감사원이나 검찰이 반외자 정서에 사로잡혀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부풀려 억지로 사건을 만들었다고는 볼 수 없다. 실제 감사원 감사 결과나 검찰의 수사 결과를 아무리 읽어봐도 반외자 정서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저질러진 잘못과 불법적인 행위들이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조목조목 밝혀져 있다.

금융감독 당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외환은행 매각사건 관련자들이 배임·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에 계류 중이고, 재판결과에 따라서는 애초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가 취소 또는 무효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론스타가 홍콩상하이은행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승인하기 어렵다는 감독당국의 태도는 삼척동자도 수긍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론스타는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외국자본이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불법행위까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론스타는 밑도 끝도 없이 반외자 정서를 주장하기 이전에 지금이라도 들어와서 한국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고 스스로 결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미영/건국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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