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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21 17:44 수정 : 2007.09.21 17:44

김원배/근로복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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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녁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초콜릿에서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장면을 본 것이다. 순간 오래 전 ‘북경의 추억’이 생각났다.

십여 년 전 중국에 두번 들른 적이 있다. 당시 중국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를 모았던 상품은 우황청심환과 같은 중국제 약이었고, 업무차 베이징에 들렀던 나도 유명한 약국에서 청심환 등 한약을 몇 가지 사왔다. 그런데 얼마 뒤 중국산 한약 중에 ‘가짜’가 나돈다는 보도가 나왔고 그 일을 계기로 ‘중국’ 하면 자연히 ‘불량’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때의 찜찜한 추억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베이징 왕징지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베이징 생수 중 절반이 가짜”라는 보도에 먹는 물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물뿐 아니라 우량예, 마오타이 등 중국이 자랑하는 유명 술도 가짜가 유통된다고 한다. 동북지방에서는 가짜 혈액(알부민)이 병원에서 유통되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급기야 미국은 ‘제조과정에서 위험한 중국산 제품을 쓰지 않았다’는 ‘차이나 프리’(China free) 등록상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중국산 제품, 아니 중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의 위기이자 국가 브랜드의 위기다. 국가 브랜드를 ‘특정 국가의 자연환경이나 국민, 역사, 서비스, 문화 등에 관해 내·외국인에게 의도적으로 보여주려는 상징체계’라고 할 때 중국이 자신의 모습이 ‘불량’ ‘가짜’ 등으로 인식되는 것을 좋아할 리 없을 테니 말이다.

21세기는 브랜드 경쟁의 시대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품질 일본’이라는 브랜드로 자기나라 상품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고 관광 천국인 타이는 ‘경이로운 타이’, 말레이지아는 ‘진정한 아시아’, 핀란드는 ‘녹색국가’ 등 세계 각국은 자기 나라 고유의 이미지 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브랜드 경쟁력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현상들을 보면 ‘짝퉁’ ‘불량 식품’ 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문명의 발상지’ ‘도자기의 나라’ ‘맛있는 음식’ 등 중국의 좋은 이미지를 자꾸 밀어내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한마디로 ‘신뢰’의 위기라 할 수 있다.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을 외친 지 내년이면 벌써 30년이 된다. 그동안 중국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도입해, 외환보유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은 ‘제품에 대한 신뢰를 통한 가치 창출’에 있다고 할 때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중국이 진정 초일류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중국 진나라 효공 시절 상앙이라는 명재상이 있었다. 그는 나라의 기강이 서지 않는 원인이 나라에 대한 백성의 불신이라 보고, 대궐 앞에 나무를 심고 이 나무를 옮기는 사람에게 만금을 하사한다는 방을 붙였다.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상금을 기대하지 않고 장난삼아 그 나무를 옮겼다. 그런데 재상이 약속한 대로 만금을 하사하자 그 이후로 나라의 정책이 백성의 신뢰를 얻게 되었고, 진나라는 부국강병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제 중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믿을 수 있는 중국’이라는 브랜드를 얻기 위해 범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믿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그것만이 ‘같은 세계, 같은 꿈’이라는 기치 아래 올림픽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중국이 시장경제 아래서 ‘신뢰받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첩경이다.

김원배/근로복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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