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1 18:46
수정 : 2007.10.0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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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작가·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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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특별기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진 6·15 남북 공동선언은 분단시대를 통일시대로 바꾸는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나 다시금 ‘2007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다. 이번 회담에서는 어떤 일이 이루어질까? 온 국민의, 아니 남과 북 8천만 민족의 관심이 집중되고 눈길이 쏠리고 있다. 왜냐하면 이번 회담에서는 우리 민족의 숙원이며 비원인 통일에 대한 논의가 핵심일 것이고, 그것은 곧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자명한 것은 이번 회담이 이루어진 것은 지난 7년 동안 남과 북이 서로 마음을 열고 통일시대의 길을 조심스럽게 걸으며 쌓아온 신뢰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의 민족 성원 모두는 이번 회담에서 무언가 좀더 새로운 것, 무언가 좀더 큰 결실이 이루어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남과 북 두 정상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고, 마음 합쳐 풀어야 할 숙제다.
그 응답이라도 하듯이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가겠다고 발의했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거기에 동의했다. 군사분계선을 54년 만에 남쪽 대통령이 최초로 걸어서 넘어간다는 것은 분단상황 속의 단순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북쪽의 국방위원장의 의지도 똑같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두 정상의 그 합의는 8천만 민족 앞에, 그리고 세계를 향해 평화통일의 길을 열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바로 그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유일한 통일 방법은 ‘평화통일’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이번 회담에서 남과 북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선언’을 이룩해내야 한다. 그 선언을 바탕으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수 있으며, 상호공존도 실현되고, 상호번영을 위한 경제협력도 꽃필 수 있다.
때마침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6자 회담의 중간 결과도 아주 좋다. 그것이 핵문제를 성실하게 해결하려는 북쪽의 진정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토대 위에서 두 정상이 민족의 평화로운 통일을 위해 진정으로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합치면 ‘한반도 평화선언’은 반드시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더 말할 것 없이 평화통일을 향한 고속도로를 닦는 위대한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가 ‘평화통일’에 민족적 합일을 이루는 것은 베트남식의 ‘전쟁통일’은 이미 6·25를 통해 그 참혹함을 겪은 바이고, 독일식의 ‘흡수통일’은 그 후유증이 너무 큰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화통일’에는 세월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문제 될 것이 없다.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앞으로 60년이 걸린다고 해도 그게 무슨 탈이겠는가. 우리 민족은 5천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5천년을 뻗어나갈 것이다. 만년의 기나긴 민족사 속에서 100년쯤의 분단 세월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우리 느긋하고 여유롭게 마음먹으며 남과 북이 서로 믿고 돕고 사랑하며 평화롭게 살아가자. 그러다 보면 모든 물줄기들이 끝내 바다에 이르듯이 우리 민족의 통일도 자연스럽게 찾아오리라. 민족은 하나다.
사람은 때때로 역사에 휘둘리기도 하고, 역사를 이끌기도 하고, 역사를 창조하기도 한다. 강대국들이 강압한 지난 분단역사에는 휘둘렸지만, 이제 평화통일의 역사는 우리의 힘으로 창조해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그러므로 여당·야당의 견해차가 있을 수 없고, 보수·진보의 이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모든 정당, 모든 사회단체, 모든 언론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남과 북 두 정상이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월드컵 그때처럼 뜨겁게 응원을 보내야 한다.
조정래/작가·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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