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0.04 17:53 수정 : 2007.10.04 17:53

주종환/동국대 명예교수·민족화합운동연합 이사장

기고

한나라당 당원들은 한나라당을 사대주의 정당이라고 말하면 펄쩍 뛰며 항의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에 일어난 몇 가지 사태들을 보면, 사대주의 정당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첫째,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부시 미국 대통령 면담 소동이다. 이 후보 쪽은 면담계획 불발이 반대세력들의 방해공작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근거가 희박하다. 이 후보가 부시 면담을 추진하고 최종결정 전에 서둘러 발표한 것은 미국의 지지가 자기에게 쏠려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임은 누구나 다 안다. 대선에서 표를 쥔 쪽은 주권자인 한국 국민이다. 아무리 한국의 실질적 지배자가 미국이라 생각할지라도 미국 대통령한테 가서 지지를 호소할 문제는 아니다. 이것이 사대주의가 아니라면, 사대주의라는 말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둘째, 한나라당은 이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반대하고, 불참 결정을 했다. 국가이익이 걸린 중요 외교 현안에 초당적으로 대하는 것이 정당정치의 원칙이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민족의 중대한 장래가 걸린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더욱 그렇다. 민족의 장래는 우리 민족이 주체가 되어 서로 이마를 맞대고 평화적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 이것이 7·4 공동선언, 남북 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등을 관통하는 민족의 염원이다. 통일의 길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뚫어 나가고 다른 나라는 조역으로 삼는 것이 최소한 민족의 자긍심이다. 민족통일의 상대방은 북한이기에, 남북 정상의 만남은 매우 중요하고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이를 반대하고 외면했다.

한나라당은 북한이 핵무기 포기약속을 하지 않는 한, 일체의 대화가 필요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북핵 문제는 6자 회담에서 확실한 진전이 이루어져 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시점에 맞추어, 올해 안 북핵 불능화를 명시한 6자 합의문서가 발표되었다. 원래 북핵 문제는 남북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제적 보장이 필요한 문제다.

남북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에도 크게 도움을 주었다. 핵을 포기하도록 북을 설득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나라당 대선주자가 옆자리에 앉아 힘을 보탰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도 남북 정상의 만남마저 필요 없다고 고집한 것은 민족 공동체 의식과 자주적 태도를 포기한 것으로 비친다. 이 후보가 진정한 민족주의자라면, 이 중대한 시점에 미국 대통령에게 가려고 하는 것보다 이번 정상회담에 동참하는 것이 백번 옳은 선택이었다.

셋째, 한나라당은 당 소속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에 안병직 교수를 임명했다. 그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주축으로서, 한국이 근대화되고 잘살게 된 것은 주로 일본 덕택이라고 주장해 왔다. 일본 극우신문 <산케이신문>은 이 사실을 1면에 대서특필한 바 있다. 일제 때 일본의 죄과를 전적으로 부인해 온 일본의 극우세력들에게 안병직씨의 이론은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그는 한-미-일 동맹에 의한 김정일 타도만이 유일한 남북 통일의 길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한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본질적으로 민족주의자라고 할 수 없다. 이런 학자를 한나라당 산하 연구소의 이사장에 임명했다. 한나라당이 과연 민족주의 정당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넷째, 안 교수가 속해 있는 뉴라이트 세력들이 한나라당의 주류라고 전해진다. 이들은 지난 3·1절에 시청 앞에서 대규모 군중을 모아놓고 미국 국기를 내걸고 김정일 타도와 6·15 공동선언 파기를 외치고, 남북 평화공존 주장을 ‘빨갱이’로 매도했다. 이런 세력들이 주도하는 한나라당이 과연 진정한 민족주의 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민족주의 정당임을 주장하려면 이를 위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주종환/동국대 명예교수·민족화합운동연합 이사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