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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5 18:17 수정 : 2007.10.15 18:17

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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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구상을 놓고 일부 언론과 보수 진영은 대대적인 ‘북방한계선(NLL) 공세’에 나섰다. 해주공단과 공동어로수역 자체가 실질적으로는 북방한계선을 무력화하는 의도라며 영토사항인 이 선을 절대 논의조차 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는 정말 과거의 오래된 의식에 사로잡혀 전혀 새로운 발상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함의 발로일 뿐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군사분야 평화 증진과 경제협력의 공동번영이 동시에 진행되는 정상적 남북관계를 가능케 했다는 점이다. 평화와 번영이 함께 병행하는 향후 남북관계의 구상은 바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에 그대로 녹아 있다. 남북의 군사적 대결과 충돌의 최전방이었던 서해를 이제는 군사적 관점에서 협소하게 접근하는 게 아니라 남북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통해 항구적인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꾀하는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새로운 접근을 한 것이다.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구상이 실현되면 해주 공단에서 남북 노동자가 같이 일하고 공동어장에서 남북 어민이 함께 고기잡이를 하고 한강 하구에서 남북의 배가 공동으로 골재를 실어 나르는, 전혀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남북 협력과 공동번영의 구체적 현실이 다가오는 것이다. 서해 지대에서 남과 북의 협력이 상시화되고 장차로는 개성과 해주와 인천을 연결하는 평화의 삼각지대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는 공동번영의 새로운 장을 형성한다면 여기에는 남북의 군사적 대치와 충돌은 있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경제협력이 평화를 증진시키고 그 평화가 다시 경제협력을 가속화하는 선순환의 전략적 접근이 서해에서 실제로 가시화되는 것이다. 이번 합의문에 북방한계선이란 말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남북 정상이 서해구상이라는 더욱 크고 새로운 발상에 동의하며 오히려 쟁점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군사 분야의 평화와 경제 분야의 공동협력이 공존하는 서해의 평화번영 벨트라면 굳이 남과 북이 대치하는 ‘엔엘엘’의 협소한 의미는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는 사실이 군사분계선의 존재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남북의 많은 이들이 늘어나게 되면 군사분계선은 형식적인 선으로 남지만 그 선이 갖는 기존의 위험성과 적대성은 현저히 약화되고 결국은 해소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가 현실화되면 북방한계선은 선으로 존재하지만 그 위험성은 현저히 약화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와 엔엘엘의 관계다.

북방한계선은 이미 남북기본합의서에 ‘협의’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누구의 말대로 엔엘엘이 영토라면 결코 협의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리고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 ‘인정’하도록 되어 있다. 인정하지 않는 북도 문제지만 협의를 거부하는 남도 당연히 약속위반이다. 이제 와서 영토라며 논의불가를 고집하는 것은 정말이지 국민을 감정적으로 현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북방한계선이 본시 정전체제에서 해상의 군사적 충돌을 막고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그어놓은 선이라는 역사적 취지에 따르더라도 이번 서해 특별지대를 통해 더욱 포괄적이고 공고하며 항구적인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이뤄내는 것이 오히려 그 의미를 살리는 길이다. 안보상 이유로 설정해 놓은 지금의 북방한계선을 영토개념으로 우기면서 집착하는 것보다는 남북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통해 근원적으로 서해상의 평화정착을 이뤄내는 것이 본래 우리가 북방한계선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평화와 안보를 얻어내는 것이 된다.

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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